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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슬머리 Aug 04. 2023

말하고 행동의 패턴을 알고 나면, 그래서 뭐?

리더의 자기 인식 영역 #3


지난 글에서 리더가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패턴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패턴 또는 스타일을 알아가는 방법으로 거북하지만 정직한 피드백받기와 검증된 진단도구의 활용을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패턴과 스타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질문을 언급했습니다.


'그래, 패턴을 알아서 뭘 합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걸 알고 나서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빅터 플랭클 Viktor Flankl은 자신의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포로 생활 동안 과학자의 눈으로 관찰한 인간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에게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통 외부의 자극과 우리가 보이는 반응 사이에는 틈이 없이 딱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특정한 자극에 대해서 프로그램화된 반응(패턴)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약간의 공간(틈)을 만들어 잠시 멈추고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선택을 위한 몇 초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요령이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난관에 부딪힌 문제 해결을 위한 미팅에서 한 팀원이 제가 낸 아이디어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약간의 비난조로. 평소의 저라면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힌 심각한 얼굴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요?'라는 반응을 했을 겁니다. 애는 쓰겠지만 불편한 속내는 감추기 어려울 것이고 그 순간 미팅 분위기는 칙칙해졌겠죠. 자극과 반응이 딱 붙어있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확보하는 경우라면, 저는 심장이 빨리 뛰고 몸이 약간 떨리는 순간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잠시 멈춘 후 저의 패턴화된 반응 대신에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라고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평소와 다른 제3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패턴화 된 반응이 무엇인지 인식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자신의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인지해야 합니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붉어지거나 손에 땀이 나는 것 같은 것 말입니다. 우리 몸이 주는 신호를 잘 감지하면 내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의 여유와 공간을 확보할 기회가 생깁니다. 그때가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 순간입니다.  


어렵지만 제3의 선택을 위한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시도하다 보면 조금씩 신체적 변화에도 민감해지고 자극과 반응의 공간을 만드는 것에도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늘 성공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십 년 이상 해온 말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뇌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들이 '뇌가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따라 기존의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그 형태를 바꾸어 나가는 특성'인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을 증명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바르게 훈련하면 변할 수 있습니다. 


Small steps big chan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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