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곱슬머리 Jan 12. 2024

집에서의 나 VS. 일터에서의 나

어떤 내가 진짜 나일까?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일하던 때입니다. 일주일에 5일을 아침부터 밤까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회의하고 밥 먹고 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밤낮없이 다니던 저에게 한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고객을 만날 때 상대방의 필요에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나,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척하며 건성으로 대화하는 나, 빈틈없는 준비로 똑 부러지게 상사에게 보고 하는 나, 오랜 친구들과 만나 서로 나 잘났어 떠들며 맥주 마시는 나 이렇게 각각의 다른 나 중에 어떤 내가 진짜 나일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각각의 장면에서 내 말과 행동뿐 아니라 상대를 대하는 마음의 태도도 사뭇 달랐기 때문에 당시에는 꽤나 혼란스러운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듣고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살다 보면 각각의 장면에서 요구받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가면'을 쓰는 게 당연한 거야. 누구나 그렇게 사는 거지 뭐.... 아니 그때그때 가면을 잘 써야 더 성공하는 거라고'.  다른  이는 뭘  그런 걸 고민하냐고 팔자 편하다고 했고, 또 다른 동료는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응들과 충고의 말에도 제 마음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에 충실하다는 제 모습이 오히려 약간 비겁한 것 같기도 하고 나약해 보이기도 해서 불쾌하고 싫었습니다. 마치 다중인격인 것처럼 온전한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듯한 혼란스러움이 더해갔습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열심히 일하던 어느 순간 오랜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말과 행동에 대한 원칙 실천이 나를 자유롭게 해 준다는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평소에 되기 원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보여줄 만한 구체적인 말과 행동의 원칙을 찾고, 그것들을 내 주변 사람들(상사, 고객, 친구, 아내와 아이들)에게 꾸준히 적용하면, 타인에 대한 동일한 태도와 원칙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언제 누구를 만나도 친절하고 유쾌하며 분별력 있는 사람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때부터 적용하려 애썼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모두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 인간관계 원칙 중에서 가져왔습니다.)


 

정직하고 진실한 감사를 표하라. Give honest, sincere, appreciation

상대방에게 순수한 관심을 가지라 Become genuinely interested in other people.

미소를 지어라. Smile

이름을 기억하라. Remember that a person’s name is to that person the sweetest and most important sound in any Language 

경청하라. 자신에 대해 말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고무시켜라. Be a good listener. Encourage others to talk about themselves.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 Talk in terms of the other person’s interests. 



원칙을 적용하면서 일터에서든 개인적인 생활에서든 누구를 만나도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고 상대방에게 순수한 관심을 가지고자 했습니다. 또 상대가 누구이든 기회 있을 때 진실한 감사를 표하고, 늘 미소를 짓고 상대의 관심사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하려 노력했습니다. 단순하지만 행하기 쉽지 않은 원칙들을 지키는 것은 누구를 만나도 어떤 태도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 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었고, 나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원칙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민했던 어느 장면에서의 내가 진짜 나인가라는 질문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일터에서의 나도 집에서의 나도 모두 '나'였습니다.


우리는 마음과 의식으로부터 깊은 깨달음과 결심을 통해 행동이 바뀌기도 하고 그것으로 그 사람의 진정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혹은 그 반대로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일관된 행동을 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고양하고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우리의 마음과 행동은 연결되어 있으니 마음과 행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지요. 어느 쪽이든 리더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원칙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일터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다르지 않게 됩니다.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집에서 사무실에서 미팅룸에서도 같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전 07화 말하고 행동의 패턴을 알고 나면, 그래서 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