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서진다.

아프게 조각난

by 아무

부서진 사람을 이어 붙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부서진 조각은 떨어지며 무게를 더하고

중력을 거슬러 올리기가 버거워진다.


존재의 부서짐은 하루의 유용함을 망가뜨리고

관계의 배제를 부추기며.

고립의 무더기로 모든 흔적을 숨긴다.

존재와 함께 그 삶도 무너진다.


사람이 부서지는 것은

한 사람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허물어진 사람은 스스로를 삭제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부서뜨리지 말아라.

떨어지는 낙엽도 쉽게 밟지 말아라.

지나가는 개미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거미줄도 함부로 거두지 말아라.


봄부터 싹을 틔워내며 바빴을 낙엽이다.

당신보다 열 배는 부지런한 개미이다.

정교한 기술로 하루 종일 일했을 거미이다.


당신보다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당신만큼은

애쓰며 살았을 존재들이다.


한 마디도 쉽게 내뱉지 말아라.

함부로 바라보지 말아라.

한숨 쉬듯 웃지 말아라.


당신이 하찮게 여겨도 될 존재는 하나도 없다.

당신의 아무렇지도 않음에

나는 부서졌다.


나는 강한 적이 없다.

수없이 부서졌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괜찮을 거라 오해하지 말아라.

나는 아프게 부서지며

부서진 조각은 눈물이 된다.


그러니, 부디

나를 부서뜨리지 말아라.

내가 약하고 여리다 하여

당신이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될 사람은 아니다.


너무 쉽게 무너진다고 비난하지 말아라.

아니다.

당신이 너무 쉽게 부서뜨리는 것이다.


부서진 사람을

다시

이어 붙이는 데는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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