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폰 아멜링 <잠자는 마리 프란치스카 폰 리히텐슈타인 공주>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입니다. 낮잠을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은 세상의 때 묻은 감정들을 깨끗이 씻어내줄 것처럼 맑고 순수하고 예쁩니다. 햇살도 방해하지 못한 깊은 잠에 빠진 아기의 얼굴은 나의 꿈이 됩니다. 발그레하고 통통한 뺨과 햇빛에 비치는 곱슬머리, 미소를 짓는 듯 다문 입술과 인형을 끌어안은 팔까지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잠든 아기의 얼굴 속에서 평화를 읽습니다. 그 무엇도 이 평화를 깨뜨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은 어른들의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모두들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죠. 그 사랑스러운 얼굴은 굳은 표정을 풀어주고 마음의 근심도 잠시 잊게 만들죠. 저항 없이 부드러워지는 마음은 폭신한 구름처럼 가볍게 부풀어 오릅니다. 그리고 기도하게 되죠. 이 아이가 지금의 얼굴처럼 자라기를요. 이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는 아이가 험한 세상의 풍파를 비켜가며 그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누군가가 마법을 걸어놓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도록 말이죠. 세상의 모든 염려와 미움은 사라지고 모든 축복이 집약되어 있는 이 마법에 걸린 사람들은 아기들의 얼굴 속에서 꾸밈없는 웃음을 되찾습니다.
가장 동화다운 것이 바로 이 마법의 얼굴들일 겁니다. 아이들의 얼굴은 평화의 정의이고, 축복의 나팔입니다. 아이를 품 안에 안고 있으면 우주의 질서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숨결은 어긋남 없이 차분하고 평온한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 숨결에 귀를 기울이면 온 존재가 우주로 수렴되듯 아이를 중심으로 움직이곤 합니다.
아이의 얼굴은 평온의 대지입니다. 아이의 까만 눈동자에는 별이 심겨져 있습니다. 아이의 웃음에는 노래가 담겨있습니다. 아이의 손짓은 마음을 춤추게 하고, 아이의 목소리는 거침없는 물결로 내 마음을 차오르게 합니다.
누구도 이 마법을 깨뜨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도 아이의 잠을 깨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척박한 세상 속에서 바쁘고 힘든 날들을 견딜 때, 우리에게 종종 이렇게 마법 같은 일들이 필요한 법입니다.
때로 나의 걸음은 비틀거리고, 한숨은 깊어집니다. 열심히 사는 매일이 의미를 잃을 때, 살아 있지만 살고 있지는 않은 기분이 밀려올 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 집니다. 이유 없이 웃어야 하는 순간과 별일 없어도 두근거리는 일상이 필요합니다. 그때 이 마법 같은 아이가 내 눈과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며 들어왔습니다. 가녀린 숨결이 따뜻한 온기로 나의 심장에 도착했을 때, 나의 숨은 다시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거기에는 삶의 고된 흔적과 오래된 외로움과 이해받지 못할 숨겨진 진심이 섞여 있었습니다. 내뱉어진 숨 속에서 흩어진 마음들은 나를 가볍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살아도 된다는 마법에 걸리고 말았죠.
삶은 종종 모양을 바꿔가며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러니 미소 지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마법 같은 무언가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얼굴을 그린 그림 한 장, 가을로 적셔진 낙엽, 마음을 담은 오래된 편지, 추억을 담은 사진 한 장, 외우고 있는 몇 개의 전화번호,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한 권의 책. 우리는 이런 것들로 위안을 받아야 합니다. 힘겹게 걷는 날들에도 마음에 간직한 몇 가지 것들은 마법처럼 우리 삶에 끼어들어 힘겨운 날들에도 버틸 수 있게 합니다.
아기의 숨결이 천천히 전해지는 마법 속에서, 나의 생을 잠시 멈췄습니다. 잠든 아기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바빴던 며칠을 접어두고, 내 맘 같지 않은 일들을 생각에서 치워버렸습니다. 내가 느끼는 인생의 무게를 덜어 내며 단순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삶은 나의 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삶에는 선물 같은 순간도 찾아왔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에 머물 때, 나는 마법에 빠졌습니다. 찰나 같기도, 영원같기도 한 그 세계에서 나는 생을 위로하는 얼굴을 만났습니다. 거기서 삶은 숨을 고르고 잠시 쉬었습니다. 아이의 잠이 깨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워봅니다. 다시 시작하는 발걸음은 생각만큼 장엄하지는 않습니다. 잠결에 다가온 발걸음은 꿈결처럼 떠올라 사뿐히 한 걸음 내디딜 뿐입니다.
마법 같은 세상에서 나와 다시 현실을 걷는 발걸음은 가벼워졌습니다. 기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겠죠. 하지만 마법의 설탕 두 스푼처럼, 종종 마법 가루가 내 삶에 뿌려질 겁니다. 동화 같은 얼굴이 마법처럼 내 삶에 고개를 내밀 때, 걷겠습니다. 걸을만해서도 아니고, 걸어야 해서도 아닙니다. 걸을 수 있게 되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