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의 계절이었을 때

by 공주연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오래 남는 시간이 있다.


특별한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거창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시간. 내게는 그런 계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조금 서툴렀고, 자주 흔들렸고, 생각보다 쉽게 지쳤다. 그때마다 어떤 목소리와 어떤 웃음, 어떤 장면들이 하루의 끝에서 나를 붙잡아 주었다. 꼭 대단한 말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그들이 무언가를 향해 애쓰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그 장면들을 보며 나도 조금은 더 버텨보고 싶어졌다.


모든 것은 변한다. 익숙했던 자리도, 함께하던 방식도, 눈에 보이는 형태도. 하지만 시간이 바뀐다고 해서 그때의 진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믿는다. 함께 웃고 울던 순간은 이미 지나갔을지 몰라도, 그 기억은 지금의 나를 만든 일부가 되었으니까.


나는 어떤 숫자를 기억하기보다, 그 시간의 온도를 기억한다. 설렘으로 가득 찼던 밤, 이유 없이 마음이 벅차오르던 순간들. 그것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고맙다.

내가 가장 흔들리던 때에, 나를 붙잡아 주어서.

내가 나를 믿지 못하던 순간에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앞으로의 길이 어떤 모양이든 상관없다. 우리가 서로의 계절이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서 계속 이어질 테니까.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보게 되겠지.

그때 나는 분명 웃으면서 말할 것이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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