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넷째 날, 이른 아침, 우리는 앙코르 왕국의 문화 유적지 앙코르 왓 사원으로 향했다. 한낮의 더위 때문인지 아침 일찍 관광에 나섰다. 주차장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었다. 자그마한 안내 간판이 서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칭되는 웅장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도시 앙코르 왓 사원은 앙코르 왕국 수리야 바르만 2세(1113-1150)의 시기에 건립되었다. 앙코르 왓 도읍을 둘러싼 성벽은 한쪽 변이 약 4km나 되었고, 서쪽과 남쪽에는 폭이 넓은 수로가 있으며, 성의 북동쪽에는 길이 7Km, 너비 2Km의�동바라이라고 하는 큰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도읍의 중심인 프놈바겐의 언덕 위에는 5층의 피라미드형 사원이 세워지고, 제일 높은 층에는 주사위의 눈처럼 다섯 신전이 배열되었으며, 중앙의 신전에 링가를 모셨다. 현재 남아 있는 앙코르 톰(큰 도시)은 제4기 공사에 속한다. 각 왕들에 의하여 연속적으로 확대된 도읍으로 그 넓이가 1,000㎢를 넘는다.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들었지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설명을 듣고 있는 우리 앞에는 상당히 넓은 수로(水路)가 있고, 수로 건너편에 성곽으로 보이는 앙코르 왕국의 문화 유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앙코르 왓 사원
앙코르왓 사원
온통 바위로만 만들어진 다리를 건넜다. 우리를 가로막는 건축물은 굵직굵직한 바위를 짜 맞추어서 건축되었다. 여기에 사용된 바위는 엄청나게 크다. 석재 예술품의 극치라고 자랑하는 불국사의 다보탑이나 석가탑에서 사용된 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렇게 큰 돌을 어디서 가져왔을까?’
‘장비도 변변치 못한 옛날에 어떻게 가공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이드가 해소시켜 주었다.
먼 산간지역에서 캐낸 바윗덩어리를 뗏목에 실어 나르고 다시 코끼리의 힘을 빌려 이곳으로 운반했다고 설명한다.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운반하고 또 그것을 일정한 규격으로 재단하고, 거기에 양각의 그림을 새기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이 상상된다. * 재단(裁斷)【명사】마름질. ┈┈• 재단 가위 ┈┈• 양복을 재단하다.
그런데 캄보디아의 역사에 등장하는 코끼리가 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까? 궁금했으나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 거대한 시설물이 현재는 캄보디아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관광자원이 되었지만 당시의 위정자들은 이런 고귀한 생각으로 건축한 시설물이 아니다. 오로지 왕국의 영화를 위해서 혹은 자기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서 힘없고 어리석은 백성들의 피와 땀을 강요했을 뿐이다.
백성을 핍박한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백성의 추앙을 받지 못하는 정권은 결국 망하고 만다. 이것이 세상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섭리이다. 그것을 캄보디아에서 실감한다.
이 건축물에는 사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두 개 있다. 오른쪽 큰 문과 옆에 작은 문이다. 당시에는 신분에 따라 사용하는 문이 달랐다고 한다. 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원으로 향한 길이, 넓고 길게 뻗어 있다.
거대한 건축물을 바라보며 걸어가는데, 가이드는 우리를 길 왼편으로 이끌었다. 거기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있다. 주변에 풀도 없고 키 큰 나무도 없는 웅덩이다. 멀리 있는 유적지의 돔 그림자가 물에 비친다. 다섯 개가 한꺼번에 비친다. 우리는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앙코르 사원 돔 다섯 개가 모두 비친다는 연못 앞에서
앙코르 왓 사원의 규모는 동서로 약 1,500m, 남북으로 약 1,300m라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만으로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중앙의 탑을 기준으로 하여 건설된 앙코르 왓 사원, 그 외벽을 따라 시설된 복도를 걸었다. 외벽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 길이도 어디까지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건축 재료는 온통 희뿌연 색상의 바위뿐이다. 나무도 흙도 없이 오로지 일정한 규격으로 다듬어진 바위로만 만들어졌다. 포클레인을 사용해야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무겁고 큰 바위를 저 높은 곳까지 어떻게 쌓았을까?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이 또 있다. 그것은 정육면체 모양의 바위에 양각으로 새겨진 그림이다. 수많은 바위를 위아래 좌우로 짜 맞추어서 건축된 외벽은 하나의 완벽한 그림이었다. 미술 시간에 배운 사방 연속무늬로 꾸며진 예술 작품이었다.
앙코르왓 사원의 벽면을 장식한 무늬
크메르인들의 독자적인 문화가 스며있는 앙크르 왓 사원, 그 외벽 그림에는 크메르인의 우주관과 신앙관이 담겨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