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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Mar 24. 2023

바닷가와 소나무숲의  마을


말수가 많지 않았다. 어릴 때 나는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  친밀한 사람들과 있더라도 좀처럼 말을 많이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그랬다.

 

내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한다. 한데  오래도록 자라고 나를 길러준 곳은 아니다.

기억에는 없지만, 미화(엄마) 응열(아버지)의 여의치 않은 경제적 사정으로 내가  다섯 살 무렵.  나를 낳고  얼마간 살았던 그곳을 떠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그 무렵 찍었던 사진에서 보았던 장소가 꿈으로 제법 바르게 구성될 때가 있고는 한다.  그때의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이 무의식 속에  잠재되 있지 않겠는가 , 과연 잠재의식이란 엄청난 무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곳을 떠나 우리는 대관령의 높은 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강원도 강릉시에 터를 잡았다. 망망한 동해바다를 옆으로 끼, 울창한 소나무숲과  사방에 너른과 밭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에 집을 구했다.


송정이라는 마을이었다. 우리 집에서 송정 바다는 어린 나의 걸음으로  족히 15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였고,

해안선을 끼고 아래로 조금 걸어 내려가면 안목이라는 아주 가까운 옆마을 갈 수 있었다. 스운 말일지 모르겠으나 정과 안목은 어쩌면 같은 마을이라고 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를 다.


한데 금의 안목은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졌다. 내가 고등학생 무렵 즈음엔  자판기 커피마을리기 시작했다. 커피자판기가 무려 100대는 설치돼 있다고 했던가, 그러다 어느 때부터였을까 삽시간에 커피의 거리로 유명한  바닷가 마을이 되었다.


30여 년 전 안목마을. 당시 그 마을사람들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로 오징어나 명태 배를 가르고 내장을 손질하는 일을 했다. 그리곤  시장에 내다 파는 일로 생계를 이어 나단다.

안목 토박이인 내 남편. 그의 집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마을을 지때면 썩은 오징어 내장과 명태 내장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맡고 모여든 갈매기떼. 그리고 그들이 그걸 먹고 싸놓은 셀 수 없이 많은 똥으로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응열과 함께 어쩌다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날 때면 급히 창문을 닫고 작은 나의 코를 엄지와 검지로 쥐어 틀어막고는 했다.


 내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남자와 결혼을 하고 , 시댁을 안목에 둔 며느리가 되어 있다니 지난날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그 덕에  살고 있는 도시를 떠나 일 년에 몇 번이고 시댁에 갈 때. 전망 좋은 커피숍에 앉아서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맘껏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여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


한편 대여섯 살 무렵쯤부터 살았던

송정이라는 작은 마을 이사를 여러 번 했었다.

미화의 이야기를 듣자 이사라고 해봐야  리어카에 얼마쯤의 세간을  싣고 몇 발자국 걸음을 움직인 게 고작이란. 그렇게 몇 번  반복을 하고  돌아 서면 어느새 모든 짐은 새로운 집으로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우린 사글셋방에 매달 얼마간의 방세를 내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이었는데 , 주인집내외가 살고 있는 대청마루에 여러 칸의 방. 그 옆에 딸린  쪽방 한 칸에 네 식구가 살았다. 살림을 살아야 하니 주방이랄 곳도 필요했을 터.


 사방 벽돌로 켜켜이 쌓고 바닥 시멘트로 대강 미장 곳. 그곳에선 밥과 반찬을 만들거나, 빨래를 하기도 , 이를 닦기도 했다. 어느 날엔 워진 물을 내 몸보다 두어 배는 커 보이는 빨간 대야에 가득 담아 어가 앉아  벅벅 밀곤  했다. 다행히  으로 연탄아궁이를 들여놓았 때문에 항상 큰 솥을 걸어두며 더운물  맘껏 쓸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곳을 두고  부엌이라 불렀다.  


 1990년대의 생활이었으나, 워낙에 시골마을이었으니 흡사 1980년대의 생활모습과 같았을 테다.

불현듯 어릴 적 나를 길러낸 송정이라는 작은 마을.

 안에서 희망이 있어 찬란하기도 했으며 어려웠던 날에  가슴 시리기도 했던 유년의 이야기. 그것을 이제 막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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