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있는 FEVER TIME(표준 외래어 표기 아님)에 대한 단상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4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5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6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7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8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9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저 같은 초보 브런치 작가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너무 관종스러워서 자괴감도 들지만, 공감과 인정 없이 어떻게 글을 쓰겠어요.
존경하는 은유 작가님의 말씀인데, 작가는 세 가지만 있으면 글을 쓴대요. 마감, 독자, 원고료입니다. 저는 그중에 마감이 제일 싫어요. 독자님들께는 감사하고, 원고료는 황송합니다에요.
제가 만든 말이 있어요. "마감, 독자, 원고료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원고료라." 너무 싼마이라서 죄송해요. 가끔은 이런 글도 쓰는 거죠. 그래야 숨을 쉬어요. 브런치가 저에게 주는 원고료는 자존감과 행복이에요.
전에 돈을 받고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달마다 15~16편 정도의 글을 마감하고 한 편당 4만 원쯤 받았어요. 그 잡지의 독자가 8000명 정도 되셨는데, 고맙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미안해요. 이전에 저의 독자님들. 여러분도 지금 브런치 독자님들처럼 라이킷 같은 거 눌러주셨으면 저는 아마 덜 힘들었을 거예요. 브런치 만만세.
독자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이유는 마감 때문이었어요. 저 원고료로는 살 수가 없으니 당연히 투잡, 쓰리잡이었는데 글을 쓰는 2년 동안 진짜 죽거나 이혼할 뻔했거든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나 같은 사람에게 돈을 주고 글을 받아가다니. 눈물이 났어요. 원고료와 책에 새겨진 저자의 이름은 저의 자존감의 근원이었어요. (안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세금 기타 수입 정산할 때 보면 국세청 서류에 저는 "작가"라고 쓰여 있었어요 맙소사. 근데 전체 수입이 적어서 작가 수입에서 뗀 3.3%는 돌려받았어요. 국세청 만만세.
브런치 고시(?) 통과하고 열흘쯤 지났을 때, 가슴 떨리게 하는 쩌 위의 문장들을 만났어요. "조회수가 30000을 돌파했습니다." 20000은 알람도 안 와요. 만 다음에는 삼만이예요. 아직 그다음은 몰라요.
"부왘. 이게 뭐야. 여보 일루와 봐. 으악. 으악. 심장 떨려. 으악."
1. 세상에 이바지하는 2. 마감 없는 글쓰기를 하려고 브런치에 지원했어요. (2가 더 중요해요.) 그런데 브런치가 30000 조회수를 원고료로 주셨을 때, 여전히 싼마이인 저를 발견했어요. 점잖은 척 뭘 아는 척 글을 쓰지만, 저는 여전히 그냥 까불고 싶고 놀고 싶은 40세 어른이에 불과한가 봐요.
부작용도 있어요. 이제 1000~2000 정도의 조회수는 별 감흥이... 죄송해요. 거짓말이에요. 사실은 1000~2000도 눈물나게 감사해요. 원고료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자존감은 언제나 목이 마르다예요.
어제 쓴 글은 다음에, 그제 쓴 글은 메인에, 그 전 글도 카카오 탭에... A형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저는 꼭 찾아봐요. 어디에 노출이 되었는지...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몰라요.
거기 계세요? 당신은 알파고세요, 아님 브런치팀의 고마우신 누군가님이세요. 당신이 궁금해져요. 그런데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러시면 자꾸 기대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슬그머니 음악을 틀어요. 임재범이 부릅니다. "비상."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랑 놀아주셔서 -♡. 오글거리는 필체는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이니 용서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