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안녕!”
어느 순간부터 서한이는 나에게 반말을 했다.
말투가 먼저 바뀌었고,
그다음에 거리가 바뀌었다.
서한이는 가끔 일부러 느리게 걷는다.
몇 걸음 가다 말고
뒤를 한 번 돌아본다.
내가 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하면
놀이터 끝 쪽으로 킥킥 거리며 몸을 숨긴다.
장난은 아이들에겐 일상이다.
서한이가 놀이터 끝을 지나
지하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서한이 찾았네.”
아이는 멈춰서 뒤돌아봤다.
배시시 웃었다.
“어? 거기?”
나는 자리에서 그대로 말했다.
“아, 안 돼 안 돼. 거기는 삼촌 혼자도 잘 안 가.”
서한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서한이가 거기 들어가면 삼촌 심장이… 으윽.”
나는 말을 마치며 얼굴을 찡그리고 가슴을 부여잡았고.
서한이는 잠깐 웃었다.
나는 손으로 주차장 입구를 가리켰다.
“저기서는 자동차도 갑자기 나오고,”
잠깐 뜸을 들였다가,
괜히 목소리를 낮췄다.
“어두울 때는… 귀신이 제일 먼저 나온다.”
서한이가 궁금한 듯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주차장 쪽을 다시 한번 봤다.
“삼촌은 귀신 진짜 무서워해.”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공룡보다 무섭고, 번개보다도 더 무서워.”
서한이는 웃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 뒤로도 서한이는 자주 나를 봤다.
시간도, 벤치도, 놀이터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어두운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지하주차장 입구쯤 오면 발걸음이 한 번 느려졌고, 으슥한 곳 앞에서는 괜히 다른 쪽을 봤다.
나는 그걸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무섭다는 얼굴도 아니고, 용감하다는 얼굴도 아닌.
그냥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얼굴.
며칠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정오가 조금 지난 어느 날,
멀리서 걸어오는 서한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맞은편에서 손을 흔들며 걸음을 옮기던 서한이는
지하주차장 앞쪽으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그때
갑자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몇 대의 차량이 빠져나왔다.
서한이는 아직 조금 굳은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아무것도 없네?”
서한이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
“서한이도 한 번 봐볼까?”
서한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그제야 안심한 듯 나를 환하게 쳐다봤다.
“근데 서한아.”
이번에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하면, 차도 안 보이고, 아휴… 어지러워.”
그 모습을 본 서한이는 까르르 웃더니 나를 따라 했다.
“어지러…”
웃음이 멎자 서한이는 다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오른쪽. 잠깐. 왼쪽.
그다음에야 한 발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