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구역

by YJ

그날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놀이터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는데 서한이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눈높이가 아주 조금 올라갔고, 말을 꺼내기 전 잠깐 멈추는 얼굴이 됐다.

어느 날은 서한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다 말고 갑자기 내 앞에 섰다.


“삼촌.”


그날은 불러놓고도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서한이는 발끝을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봤다.


“음… 삼촌, 미안해요.”


말이 느렸다.
단어 사이가 조금씩 비어 있었다.


“왜?”


나는 조용히 물었다.

서한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작게 말했다.


“그동안… 계속 반말했어요.”


나는 잠깐 멈췄다.
서한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엄마가요… 어른한테는 존댓말 해야 한대요.”


나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그리고 일부러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큰일 났네.”

서한이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바로 웃었다.


“삼촌한테 반말한 거, 엄마가 알아?”

“아뇨…”

“휴, 다행이다.”


서한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나는 서한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삼촌이 엄마한테는 말 안 할게.
근데… 약속 하나 하자.”

“약속?”

“엄마가 안 보이면, 삼촌한테는 반말하기.”


서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나는 잠깐 기다렸다.


“어려워?”


서한이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잠깐 조용했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말했다.


“삼촌은… 반말 먹고사는 사람이야.”


서한이가 나를 봤다.


“존댓말 많이 하면… 힘 빠져.”


나는 어깨에 힘을 풀어 축 늘어뜨렸다.


“그래서 삼촌 앞에서는 조금만 반말해 줘.”


잠깐 멈췄다가, 나는 손가락을 입 앞에 댔다.


“이건 비밀.”


서한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 삼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기린 타러 가도 돼?”

“응. 가.”


나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서한이는 돌아섰다.
걸음이 조금 가벼웠다.


나는 다시 벤치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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