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태권도 수업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공기가 차가웠다.
태권도 차를 기다리는 애들이 계단 앞에 모여 있었다.
계단이 다섯 개쯤 있었다.
우진이가 먼저 뛰었다.
계단을 밟지 않고 바닥으로 착, 내려왔다.
“오오!”
애들이 소리쳤다.
민준이가 웃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나도.”
우진이가 한 발 물러섰다.
아이들이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민준이가 뛰었다.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몸이 앞으로 쏠렸다.
한쪽 발이 헛디뎠다.
무릎이 바닥에 먼저 닿았다.
손이 뒤늦게 따라갔다.
짧은소리가 났다.
아이들 웃음이 잠깐 멈췄다.
민준이는 바로 일어났다.
“아, 까비.”
웃었다.
민준이의 무릎이 살짝 더러워져 있었다.
아이들이 다시 웃었다.
방금 일을 더 크게 흉내 냈다.
서한이는 웃지 않았다.
민준이의 무릎을 한 번 더 봤다.
계단 모서리를 봤다.
“야, 차 온다!”
아이 하나가 소리쳤다.
태권도 차가 들어왔다.
아이들이 가방을 들고 우르르 달려갔다.
버스 문이 열렸다.
아이들이 먼저 올라탔다.
차 안에서는 조금 전 이야기가 다시 시작됐다.
“넘어질 뻔했잖아.”
“괜찮았어.”
웃음이 이어졌다.
차가 단지 입구에 멈췄다.
아이들이 하나둘 내렸다.
서한이는 맨 마지막이었다.
누군가는 발로 작은 돌을 차며 갔고, 누군가는 오늘 배운 기술을 흉내 냈다.
서한이는 무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같은 방향이었지만 같이 걷고 있지는 않았다.
골목 어귀에서 아이들은 흩어졌다.
서한이는 잠깐 서 있다가 반대편 인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나는 몇 걸음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부르지 않았다.
속도도 맞추지 않았다.
서한이는 가방끈을 고쳐 메고 고개를 숙인 채 걷다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손짓하지 않았다.
조금 더 가다가 서한이가 멈췄다.
“같이 가도 돼?”
아이들 쪽이 아니라 나를 향한 말이었다.
"친구들은 멍청해, 맨날 바보 같고 위험한 것만 좋아해."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서한이는 친구들이 싫어?”
서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발소리만 잠깐 이어졌다.
나는 말했다.
“조금 위험해도, 친구들끼리는 괜찮아.”
이유도, 방법도 없었다.
어디까지라는 선도 없었다.
서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길 건너편에 엄마가 서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그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췄다.
서한이는 계속 걸었다.
나는 그 등을 보다가 뒤늦게 생각했다.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커 있었다.
그 생각은 안심과는 달랐다.
서한이는 엄마 쪽으로 가지 않았다.
그 앞을 지나쳤다.
엄마는 부르지 않았다.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
길이 비었다.
나는 그 장면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이미 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아이의 발소리는 잠시 뒤 들리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