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열었다

by 이제은




나른한 오후,

시계를 보니

네시.

나는

부엌으로 걸어가

서랍을 열었다.


드르륵.


서랍 안에는

여러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고

나는 왼쪽 구석에 놓인

주황색 직사각형 모양의

납작한 물건을 꺼냈다.


'꽤 가벼워졌네?'

생각하며

왼쪽 모서리에

엄지로 최대한

힘을 가했다.


뽜악.


소리와 함께

엄지와

주황색 물건이

함께 꺾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건을 감싸고 있는

얇은 주황색 종이를

벗겨냈다.


사삭 사삭.


그 안에는

매끄러운 표면 끝

여러 갈래로 금이 간

딱딱한 칠흑 색의

물건이 들어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세모나게 부서진

검은 조각 하나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토옥.


그래.

이 정도면 됐어.

그만큼 했으면

잘한 거야.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사람은

항상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엄마는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주황색 종이로

물건을 싸고 난 뒤

서랍 왼쪽에

도로 집어넣었다.


터덜터덜


그리곤 다시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창밖이 보였다.

'오늘도 날씨는

좋아 보이네?

참... 다행이다'.



나는 눈앞에 놓인

노트북을 열었다.

티딕티딕.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부엌 서랍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 심장이

점점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익숙한 이 박동.

그리고 입안에

맴도는

이 씁쓸함.

나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내 앞에 놓인

노트북은 말없이

화면으로

내게 말을 건넸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티디티딕.

나는 다시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다크 초콜릿은


언제나 먹어도


맛있다...ㅎㅎ'







내 글쓰기의 동반자


쉬는 날 오후 커피 초콜릿을 먹다가 갑자기 아침에 들었던 배우 이제훈 님이 읽어주시는 책 <카르마 폴리스>의 여운이 밀려와서 한번 써보았습니다.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긴장감과 미스터리가 가득 찬 카르마 폴리스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듣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긴장감 넘치는(?) 글을 쓰면서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괜히 긴장시켜드렸다면... 성공이네요 ^^ 오늘도 하하 웃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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