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거북이의 삶

창작 소설

by 이제은


나는 바다 안에 살면서 다른 생명체들과 어울려 살고 있지요.

파아란 바다는 내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내가 바다의 끝까지 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 크고 붉은 황금빛 햇살 가까이 말이죠

그리고 나는 낮이며 밤이며 헤엄치고 또 헤엄칩니다.


하지만 바다는 항상 외롭진 않아요.

어떤 날에는 나처럼 헤엄치는 호기심 많은 이웃들이나 그저 쉬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죠.

각자 자신들의 일상이나 일들에 신경 쓰면서 말이죠.

어떤 이들은 급하게 날아가듯 지나가고, 또 어떤 이들은 한가롭게 앉아있어요.

나는 그들 옆을 헤엄치거나 앉아있을 때 과연 그들의 하루는 어떨지 상상해보곤 하죠.

그들은 각자 이 바다에서 어떤 삶들을 살아가고 있는지요.

혹시 돌보아야 하는 가족들은 있는지, 도착해야 할 곳은 있는지.


그리고 나는 또다시 헤엄칩니다, 더 깊은 에메랄드 파랑 속으로 말이죠.

나는 내 주위의 물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두움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말이죠.

이 시간은 내가 민첩하고 영리하게 행동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 어떠한 그림자들도 피해야 합니다, 신중하게 말이죠.


하지만 나는 사라질 수 있어요, 내 고마운 등껍질 안으로

맞아요, 나는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요.

사실 그 안에 있지만 말이죠.

위험이 어둠과 함께 씻겨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희망찬 햇살이 이 거대한 파란 바다를 밝히고

밤사이 숨어있던 모든 생명체들을 깨워 빛으로 불러낼 때 까지요.


나는 고개를 내밀어 내 이웃들이 쾌활하게 헤엄치는 것을 보고는

내 팔과 다리를 쭉 펴고 기분 좋게 따뜻해진 물을 느끼며

다시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아주 아주 오랜 헤엄 후에는

난데없이 고독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나는 멈추어 서서 사방을 둘러보지만 오직 물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런 기척도,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빛도 없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왜 헤엄치고 있는 거지?

여전히 아무런 기척 없이, 그저 나를 둘러싼 완전한 고요함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어진 나는 숨이 막혀오기 시작합니다.

곧 짠맛이 느껴집니다. 꼭 악몽 같은 맛.

동시에 나는 거북이인 내가 바다에서 질식하고 있다는 생각에 목이 메어옵니다.


과연 누군가 나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할까요?

아니면 나는 그저 망망대해 속에 내버려질까요, 질식한 뒤에

잊히고,

어두운 바닷속 깊숙이 묻힐까요?

그리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최악의 끝은 아닐지도 모른다고요.

적어도 나는 아직 이 바다 안에 있으니까요, 온갖 기억들로 채워진 내가 사랑하는 이곳에는

특히 좋은 기억들이 많지요, 마치 머리 위에 반짝이는 저 따뜻한 금빛 햇살들처럼 행복한 기억들까지.



후회나 슬픔은 별로 없네요, 놀랍게도 말이죠,

나는 그저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일지도 몰라요, 오랜 여행 끝에 말이에요,


그리고 난 생각했어요, 어쩌면 더 이상의 고독의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고요,.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항상 내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너무나 희한한데, 나는 그들 생각에 웃음이 나요, 질식하고 있는 도중에도

그리고 궁금해졌어요, 지금껏 나는 혼자가 아니었지 않았나

고독의 시간마저도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요.

오직 고독이 존재했기 때문에 내가 이 사랑과 기쁨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었으며

나는 이제 아무런 두려움 없이 눈을 감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여행이 끝나기까지는 아주 잠시밖에 걸리지 않겠죠.

그래서 나는 내 팔과 다리를

나를 둘러싼 평온 속으로 놓아줍니다.

내 안의 모든 에너지가 흘러 나갑니다.

내 목과 머리에서 또한.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머리 위로 한줄기의 금빛을 보았습니다.

그리곤 깨달았습니다. 내가 등껍질 안으로 머리를 넣고 있었었다는 것을요.

이내 내가 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등껍질 안에 숨어 지냈다는 것을 기억해냈죠.

그리곤 내가 무엇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는지, 또 등껍질 안에 숨어있다는 것도 잊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니 평화로운 이웃들이 헤엄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각자 자신들의 일에 신경 쓰며, 어떤 이들은 급히, 또 어떤 이들은 게으름 피우며.

그리고 나는 크게 소리 내 웃었습니다, 내 주위에 작은 공기 방울들을 만들어내면서.

두 마리의 니모들이 지나가며 나를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웃은 뒤, 나는 다시 앞으로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삶이란,

내 생각에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바다에 비하면

나의 두려움과 걱정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비록 나를 보호해 줄지는 몰라도, 인생에는 등껍질 안에 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말이죠, 왜냐면 숨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내 앞에 펼쳐진 것들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 더 가치로운 일이란 것을요.


그러니 함께 헤엄치고 또 헤엄쳐 나아가 보아요.

놀라운 생명으로 가득 찬 저 끝없는 파아란 바닷속으로

우리들의 여행은 이제 시작되었으니까요!





커버 이미지: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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