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살처럼 꽃보라처럼
기도처럼 왔는가.
반짝이는 행복이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접고
꽃피는 나의 가슴을 크게 차지한 것을 ······.
<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송영택 번역 > 중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가장 강하게 느낄 때는 언제일까?
처음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오며 정신이 아득해질 때.
마음속에 끊임없이
꽃보라가 흩날리는
과연, 그때일까?
무더운 한여름날
모든 것을 태워녹일 듯한 태양 아래
간신히 한발 한발 내딛던
과연, 그때일까?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가
멈추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과연, 그때일까?
날카롭게 얼어붙은
얼음 조각들이
영영 풀리지 않을
한겨울 속에 갇혀버린
과연, 그때일까?
언제
"반짝이는 행복이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접고
꽃피는 나의 가슴을 크게 차지" 했던 것인지
기억이
기억이 나질 않을 때
과연, 그때일까?
웅크려지고
돌돌 말리고 말려서
눈에 보이지 않게끔
작아져버린
나의 가슴은
언제
꽃 피웠던 것일까
나는 조용히
사랑에게 묻는다
사랑아,
너는 언제 내게 왔던 것이니?
사랑아,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 것이니?
사랑은
고요한 새벽
두 손 모아 기도드리는
누군가의 뒷모습처럼
말이 없다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나에게로 왔는가.
때론 햇살처럼 눈부시고 따스하게
내 마음을 커다랗게 꽃 피웠던.
때론 꽃보라처럼 아름답게 흩날리며
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번졌던.
때론 기도처럼 간절함을 담아
내 두 손을 꼭 모아 바라보왔던.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 속
그 모든 순간들 하나하나에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에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지.
말없이 기도드리는
사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조금 더 잘 알아채고 싶다.
사랑의 존재를.
너의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