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불속에 남아있는 것은

by 이제은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펼쳐져있고

고단한 일주일을 버텨내느라

사람도 새들도 휴식이 필요한지

주말 아침 거리는 조용하다

그리고 그 고요함의 평화로움은

성스럽게 마저 느껴진다.


평화로움이 추위로 바뀔 때쯤

나는 찬 가을바람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방으로 서둘러 들어가 문을 닫고는

아침에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이불속으로

재빨리 파고 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옆에 아직 곤히 겨울잠을 청하고 있는

그 사람의 뜨거울 만큼 따뜻한 등과 두 발에

가을바람이 남긴 흔적들을 가져다 덴다


말없이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참으로 친절한 사람.

나는 한동안 미동 없이 이 순간을 느낀다

두 손과 두발을 타고 온기가 온몸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며 가을바람의 흔적들은

이불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이불속에 남아있는 것은

갓 구운 빵 위에

부드럽게 녹이듯 발리는 버터 조각같이

노곤해진 내 몸과 마음.

갓 지어진 밥과

엄마의 밑반찬들이 놓인 밥상같이

풍족해진 내 몸과 마음.

갓 내린 커피와

좋아하는 음악으로 시작하는 하루같이

여유로워진 내 몸과 마음.


그래.

어쩌면 가을은

행복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나 보다

사랑을 두배로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자

사랑을 두배로 주고 싶어지는 계절.

풍족하고 여유로운 아름다운 계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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