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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와 함께
그리고 이불속에 남아있는 것은
by
이제은
Oct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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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펼쳐져있고
고단한 일주일을 버텨내느라
사람
들
도 새들도 휴식이 필요한지
주말 아침 거리는 조용하다
그리고 그 고요함의 평화로움은
성스럽게 마저 느껴진다.
평화로움이 추위로 바뀔 때쯤
나는 찬 가을바람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방으로 서둘러 들어가 문을 닫고는
아침에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이불속으로
재빨리 파고 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옆에 아직 곤히 겨울잠을 청하고 있는
그 사람의 뜨거울 만큼 따뜻한 등과 두 발에
가을바람이 남긴 흔적들을 가져다 덴다
말없이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참으로 친절한 사람.
나는 한동안 미동 없이 이 순간을 느낀다
두 손과 두발을 타고 온기가 온몸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며 가을바람의 흔적들은
이불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이불속에 남아있는 것은
갓 구운 빵 위에
부드럽게 녹이듯 발리는 버터 조각같이
노곤해진 내 몸과 마음.
갓 지어진 밥과
엄마의 밑반찬들이 놓인 밥상같이
풍족해진 내 몸과 마음.
갓 내린 커피와
좋아하는 음악으로 시작하는 하루같이
여유로워진 내 몸과 마음.
그래.
어쩌면 가을은
행복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나 보다
사랑을 두배로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자
사랑을 두배로 주고 싶어지는 계절.
풍족하고 여유로운 아름다운 계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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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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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
가을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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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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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당신의 마음을 알아봐주고 당신과 마음이 통하는 지기(知己)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함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공부하고 있습니다. 책과 음악, 자연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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