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명상: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금방이라도 빗방울들을 잔뜩 떨어트릴 것 같은 짙은 회색 먹구름들. 그 아래를 뛰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내 머리 위의 먹구름들만큼이나 탁했다. 고요히 잠들었던 기억들이 천둥소리에 깨어났는지 일제히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특히 속상했거나 슬펐던 기억들은 유난히 큰 목소리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무뎌지리라 믿었던 기억들의 사소한 디테일들은 희미해졌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번개의 창끝처럼 날카롭게 느껴졌다.
예전의 나는 내게 반복해서 묻곤 했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이 대화는 매번 물음표만 남긴 체 끝이 났다. 오늘도 나는 파도처럼 밀려 떠오르는 생각들 앞에 무방비 상태로 서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후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가라앉아버릴 것 같았던 그 순간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엔 어둠과 빛이 공존했다. 한쪽 하늘엔 아직도 어두운 먹구름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쪽엔 금빛 햇살이 구름들을 비집고 땅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마음에 비욘 나티코의 크고 선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다.
그가 말했듯 우리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다. 비록 우리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가 그 생각들에 아주 작은 공간만 내어준다고 마음먹으면 그 생각들도 아주 잠시 머물렀다 가지 않을까?
그러자 곧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고 아우성치던 기억들도 언제 그랬나는 듯이 온순해졌다. 잠시 찾아왔었던 먹구름들처럼 그 기억들도 그저 잠시 머물렀다 가버렸다.
구름 뒤의 햇살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이다음에 다시 날씨가 흐려지고 먹구름과 천둥번개가 찾아온다 해도 이젠 덜 걱정이 된다. 언제든 내 삶의 햇살들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면 모든 역경과 어려움을 인내하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럼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어보아야지. 떠오르는 생각들은 구름처럼 머물렀다 흘러가게 놓아두고 반짝이는 햇살의 온기를 온몸으로 기억하는 것! 그래서 구름 뒤에 숨겨진 햇살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