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너머로 스며들어오는 어슴푸레한 새벽빛
지난밤 방안에 깊고 고요하게 잠들었던 어둠을
아이를 감싸안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로
타이르며 어루만진다
어둠과 빛이 뒤섞여 안개처럼 가벼워진 새벽공기가
강물처럼 천천히 코를 타고 깊숙한 뱃속까지 닿는다
마치 고래의 뱃속처럼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공간은
잠들어있던 생각들과 깨어있는 생각들이 만나는 곳
숨을 타고 숨 속에서 숨과 함께 크고 작은 생각들은
침묵 속에 나를 찾아와 크고 작은 인사를 건넨 뒤
또다시 숨을 타고 숨 속에서 숨과 함께 나를 떠난다
이젠 환히 밝아온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 속으로
“내게 유일한 관심사는 세계를 사랑하는 것, 세계를 경멸하지 않는 것, 세계와 나를 미워하지 않고, 세계와 나, 그리고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과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네.”
-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