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생각건대, 혼돈이란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나 존재합니다. 내 안에도 있고 당신 안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실생활에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로, 외부를 향해 드러내야 할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이거 봐, 내가 떠안은 혼돈이 이렇게나 크다니까" 하고 남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보일 만한 것은 아니다.라는 애기입니다. 자신의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 싫다면 입 꾹 다물고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혼자 내려가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해야만 할 혼돈은, 정면으로 마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참된 혼돈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야말로 당신의 발밑에 깊숙이 잠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샅샅이 읽으면서 시야가 어느 정도 내추럴하게 '상대화‘ 된 것도 십 대의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묘사된 온갖 다양한 감정을 거의 나 자신의 것으로서 체험하고, 상상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오고 가면서 온갖 신기한 풍경을 바라보고 온갖 언어를 내 몸속에 통과시키는 것으로 내 시점은 얼마간 복합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즉 현재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다른 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나 자신의 모습까지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가능해진 것입니다.
어떤 일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아무래도 세계가 부글부글 끓어서 바짝 졸아듭니다. 온몸이 긴장하고 발걸음이 무거워져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시점에서 자신이 선 위치를 바라보게 되면, 바꿔 말해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뭔가 다른 체계에 맡길 수 있게 되면, 세계는 좀 더 입체성과 유연성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건 인간이 이 세계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세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독서를 통해 그것을 배운 것은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독서를 통해 배운 것은 명상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내가 나를 나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때에 나는 나를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 “그때는 내가 잘 몰라서 그랬었구나.” 혹은 “아,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거야.”라는 마음들. 지나간 일을 그저 지나간 일로 받아들이고 놓아주어야 하는 기억들은 놓아줄 수 있게 되는 것.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되 매번 스스로를 탓하는 일은 이제 멈추는 것. 내가 나를 아프게 하는 말들과 행동들을 이제 멈추는 것.
하루키가 말했듯 모두의 마음 안에는 어느 정도의 혼돈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양도 크기도 깊이도 다른 혼돈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또한 제각각이다. “우리가 직면해야만 할 혼돈은, 정면으로 마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참된 혼돈은 “ 바로 우리의 의식 밑바닥에 머무른다. 고독 속에서 나 홀로 내려가야만 어쩌면 만날 수 있는 그 혼돈의 중심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할까?
진정한 사랑.
진정한 사랑은 내가 내 스스로를 용서해 줄 때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아픔과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것. 명상을 통해 항상 깨어있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맞이하는 것. 나 스스로를 사랑으로 대함으로서 내 안에서 사랑과 자비가 넘쳐 흘러나와 나에게서 상대방에게 흘러갈 때 세상은 아주 조금 더 밝고 아름답게 변화한다.
세상의 모든 진리는 단 하나,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빅터 프랭클린).”
이것이 우리가 매일 명상을 하고 매 순간 자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목적이 아닐까? 우리가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이렇듯 훨씬 더 크고 원대한 의미가 있다. 나라는 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 세상에 밝고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내 마음이다.
하루 단 5분 만이라도 고요함 속에서 온 마음을 집중해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보는 것.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내주는 것. 마음이 아픈 누군가를 위해 함께 마음 아파해 주는 것. 기쁜 일이 생긴 누군가와 함께 감사함을 느끼는 것. 시간은 마법과도 같아서 내가 누군가를 위해 쓴 시간은 내게 몇 배의 축복으로 항상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이미 나는 충분히 돌려받았음을 깨닫는 것 또한 큰 축복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대할 때에 우리는 이미 따뜻하고 무한한 축복의 빛 속을 걷고 있음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