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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Dec 10. 2023

자작시 - 너의 눈빛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삐져나온 머리

목이 늘어난 옷

눈 밑의 다크서클

화장기 없는 허연 얼굴


네 눈에 비친 내 모습

멋진 왕자님

용감한 기사

지혜로운 왕비

아름다운 공주님


네 빛나는 두 눈동자 속에서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지고 용감하게 될 수 도 있고

지혜롭고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감사한 일인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부족하고 못난 부분들만 찾던 내가

이제는 머리도 예쁘게 빗고

옷도 단정히 차려입고

얼굴도 곱게 화장해 보았지


너의 맑고 순수한 눈빛이

작은 하얀 깃털처럼 내 마음에 내려앉아

시원한 푸른 파도가 되어

내 모든 부족하고 못난 부분들을

거대한 바다의 품으로 데려가 주었지


지금껏 있는 그대로 나를 예쁘게 바라보지 못했던

내가 이젠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

마치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른 듯 말이야

단지 거울이 아닌 네 두 눈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나는 오늘도 사랑의 바닷속에 풍덩 빠져버렸지


훗날 우리가 나이가 들어

얼굴엔 주름이 생기고 머리가 하얘지더라도

언제든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곳으로 돌아오자

시원한 푸른 파도가 우리의 지친 영혼을

거대한 바다의 품으로 데려가주는 이곳으로!





사진 - 안젤라


다섯 살 조카가 제일 좋아하는 공주 놀이를 같이

하면서 힐링받은 어느 이모의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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