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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Dec 29. 2023

세상엔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세상엔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아무에게도 당연한 것도 없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없고 혼자 살아가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고 인과의 법칙을 따른다. 너와 내가 남이 아니듯이 그들과 우리도 결코 남이 아니다. 이 세상 속 만물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끈이 아주 미약하더라도. 나는 그저 그 연결고리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기쁘고 감사하게 하며 살아가면 된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놓아줘야 하는 것은 놓아주면서 부드럽고 조화롭게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풍족함으로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간혹 마음이 한없이 가난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왜일까? 아마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 내 발목을 붙잡고 어둠의 늪으로 나를 끌어내린다고 느껴질 때에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해야 한다. 내 의식의 가장 깊은 곳의 무엇이 나를 그토록 불안하게 느끼게 만드는지 찾아내야 한다. 제대로 식별해야 한다. 그 불안감이 나 자신이 아니라 내 안에 잠시 머물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알아차림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에는 여유가 생겨나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지면 내 마음 안에 무엇이 있는지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에너지의 흐름이다. 살면서 나의 마음은 슬픔과 고통으로 메마르고 두려움과 상처로 깎여진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마음의 문을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다시는 그런 감정들이 나를 아프게 하거나 내 세상을 뒤흔들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그리고 육중한 문 뒤에 기대어 고독과 외로움을 벗 삼아 누군가 먼저 다가와주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기를,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길 바라면서.


그런 마음에 진정한 사랑은 촉촉한 비를 내려주고 초록 이파리들을 싹 틔운다. 그 사랑은 모든 것의 시작. 바로 이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을 경험해 보면 나는 그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내 몸과 영혼을 가득 채우고 어루만져주었던 그 빛나는 에너지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는 내 세상의 전부라 생각되었던 모든 슬픔과 고통을 한순간에 뜨거운 눈물로 승화시키는 그 거대하고 신비로운 에너지.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압도했던 두려움과 상처를 가슴에 품고도 높은 하늘을 훨훨 날 수 있게 해주는 놀랍고 기적 같은 에너지. 내가 이 세상에서 느껴본 가장 강렬하고 가장 아름답고 또한 가장 황홀한 에너지. 그것은 바로 진정한 사랑.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 나를 가장 사랑스럽고 용감하고 창의적이고 지혜롭고 훌륭하게 만드는 것.


세상엔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아무에게도 당연한 것도 없다. 내게 찾아온 슬픔과 시련도 당연한 것이 아니며 영원하지도 않다. 가끔 어떤 말이나 행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에는 나는 차라리 자연을 찾아가 본다. 말없이 늘 한결같은 자연을 바라보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어떤 환경 앞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 앞에서 나는 겸허함과 감사함을 배우고 또 배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깊이 느끼고 되새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좋고 나쁨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변화한다. 나의 시선과 태도에 따라 세상이 변하고 내 삶도 변한다. 그러니 눈으로 보려 하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귀로 들으려 하지 말고 마음의 귀로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깊이 감춰진 진짜 중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누군가의 눈빛 혹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꼭꼭 숨겨진 사랑이라는 진귀한 보석을 찾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최선을 다해 추구해야 하는 소중한 미션이 아닐까.




사진 - Unsplash



https://youtu.be/W2PAPayIkV8?si=CzhYw7MxbupRvfHu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Claude Debussy의 Clair de Lune, L.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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