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나간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이 이상하게 견디기 힘든 계절이 되어버린다고 서로 마주보며 더위를 달래던 밤이 하루 이틀 지나더니 너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났고, 나는 오늘 아침 긴 팔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긴팔 티셔츠가 전혀 불편하지 않고 아침 공기도 제법 의상에 한 몫을 하더구나.
너에게서 들려오는 일상의 작은 이야기가 참 재밌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교수님의 알 수 없는 영어발음, 그리고 생존을 위해 음식을 소분하고 무엇을 먹어야 할 지 계획을 세우는 일상의 이야기가 참 좋다.
아무 생각없이 지냈던 20대 초반의 나와는 달리 여러 가지 너의 인생을 계획하고 살아내는 너를 보면
너무 대견하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던 입시, 차선을 최선으로 여기며 감사했던 우리.
더 좋은 길이며, 어떻게든 최고의 선택지라 마음새김하며 새로 시작할 그곳에서 함께 지냈던
일주일.
니가 떠나고 혼자 남으니 이제야 주변의 감정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아쉬웠다. 그리고 속상했다.
아무말 안하고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니모습에 울화가 치밀었다.
니가 속상해하고 이루지 못한 성취에 고민하는 모습을 몇 일이라도 아니 단 몇 시간이라도 보였다면
내 마음이 좀 덜 미안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을 이룬 경험이 적은 거 같다.
늘 이상은 높고(도달 할 수 없는) 노력은 스치듯 지나가고 목표 언저리에서 머무르고 만족하는
가끔 후회하는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너는 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를 정하고 최선을 다했고 돌아서 후회하지 않았다.
어떤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허나 분명한 건 나는 너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너는 딸 이상의 의미이다.
다시 너에게 보낼 물건들을 준비한다.
즉석밥, 라면, 생필품 .. 이런 것들도 생활에 익숙해 지면 필요가 없어지겠지만
니가 좋아하는 과자를 하나 집어들며 또 너의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사랑하는 미나야
모든 것은 지나간다.
아마 엄마도 너도 모두 지나갈 것이다.
우리 서로 아름다운 기억을 많이 남기고 가려고 노력하자.
각자의 인생에서 말이다.
p.s 연애는 필수다. 주변에 마음을 끄는 남핵생이 있는지 잘 관찰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