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공을 가진 자

by 헵타포드

눈에 보이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 이는 물론 중요하다. 다만 종종 통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현된다. 그 부분을 잘 포착해야 한다. 서브권을 쥔 선수가 서브를 넣는다. 상대 선수가 리턴에 성공한다. 그 후 한동안 렐리가 오간다. 누군가의 위닝샷으로 점수는 결정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점수를 결정지었을까? 날카로운 T존 서브, 강력한 포핸드 크로스, 정밀한 백핸드 다운더라인, 깔끔한 패싱샷. 모두 정답이다. 다만 이 모두를 함축하여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주도권'. 추상적인 단어다.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손쉬운 관찰이 가능한 위의 정답들보다 발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주도권은 공이 서브를 통해 떠나가는 순간부터 존재한다. 우리는 이 추상적이나 모든 것을 축약하고 있는 단어를 경기 속에서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린 후 주도권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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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테니스 코트 내에서의 주도권을 간단히 정의해 본다. 주도권은 '상대와 나 사이 준비시간의 편차'다. 나의 준비시간이 많고 상대는 적다면 주도권을 내가 쥔 것이며, 상대의 준비시간이 많고 나는 적다면 주도권을 상대가 쥔 것이다.


주도권의 유무에 따라 전략은 상이해진다. 먼저 주도권이 내가 쥐었는지, 상대가 쥐었는지 인지해야 한다. 주도권을 내가 쥐었다고 판단되면, '유지/공격 전략'을 펼친다. 유지 전략으로 현상을 이어가며 상대의 언포스드 에러를 유도해 내거나, 공격 전략으로 네트 대쉬나 앵글샷 등 공격을 진행한다. 주도권을 상대가 쥐었다고 판단되면, '수비 전략'을 펼친다. 준비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깊은 슬라이스를 두거나, 높은 네트 마진의 공으로 상대를 베이스라인 밖으로 밀어낸다.


물론 위 전략들은 단편적인 예시에 불과하다. 개개인의 능력치는 다르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의 백핸드 쪽으로 샷을 구사했다 가정해보자. 만일 상대가 백핸드에, 특히 다운더라인 샷에 강점이 있다면? 이는 악수가 된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많이 알면 알수록 주도권을 손에 넣기가 수월해진다.


상대보다 실력이 좋다. 그러나 경기에서 진다. 테니스에서 흔한 일이다. 그 순간, 잡다한 생각을 접어두자. 하나만 떠올려 보자.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 주도권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주도권을 기반으로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테니스는 몸뚱아리 하나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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