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기울어진 목

by 헵타포드

햇살이 목이 약간 기울었단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 부터 얼굴이 약간 비대칭이었다.

역아가 지니는 흔한 증상이랬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 돌아온댔고, 그리 믿었다.

얼굴의 비대칭은 점차 돌아왔다.

그러나 기울어진 목은 잘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병원으로의 긴 여행을 다짐했다.

부랴부랴 바구니 카시트를 산다.

세차장에 가서 손세차를 진행한다.

내부의 먼지를 죄다 제거하고,

내장재를 모두 교체한다.

먼지 한 올도 용납하지 않는다.

차량 후면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를 여러장 도배한다.

차량 디자인을 위해 문콕방지 패드도 붙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다. 변화는 필요하다.

햇살이 인생 14일차,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병원까지의 거리는 성인 기준 1시간이다.

인생 14일차 햇살이에겐 얼마나 될지 모른다.

엑셀과 브레이크의 부드러운 조화와 함께 우린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진단 결과 '사경' 판정을 받는다.

오른쪽 목근육이 왼쪽 대비 3배 크단다.

그래서 목이 왼쪽으로 기우는거란다.

지속적인 물리치료를 통해 이를 교정해야 한단다.

'지속적인'.. 이 말이 거슬렸다.

의사는 주 2회 병원 방문을 권장한다.

어렸을때, 목에 힘이 없을때 집중치료가 필요하단다.

인생 14일차 햇살이에겐 너무나 가혹했다.


고민했지만 고민 기간은 짧았다.

햇살이를 위한 길은 명확했다.

나는 주마다 휴가와 재택을 끼워 넣는다.

아내는 물리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이곳저곳 알아본다.

그렇게 우린 담이를 위한 완벽한 스케쥴표를 만든다.


문득 시지프스의 형벌이 떠오른다.

시지프스가 산 정상까지 공을 밀어올리면,

공은 정상에서 경사에 의해 다시 떨어진다.

정상에 공을 가져다놔야 하는 시지프스는

어쩔 수 없이 공을 미는 행위를 반복한다.

내가 느낀 시지프스의 형벌의 교훈은 간단하다.

첫째, 인생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둘째, 고통을 아파할 빠엔 즐기자.

살면서 누구에게나 고통은 찾아온다.

우리든 햇살이든 피해갈 수 없다.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몇년.

사경을 치료하는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단다.

고통스러울 테다.

하지만 우린 다짐했다.

고통을 즐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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