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79. 맺는말.
광고는 딱 두 가지다.
<뭐>가 있는 광고.
<뭐>도 없는 광고.
이제까지 78 꼭지의 잔소리를 들었음에도 여전히 뭔 소리냐 싶은 그대를 위해 마지막 초간단 행동 지침 하나만 전하마. 내가 만들어 놓고도 이게 잘 모르겠다 싶을 때, 그대가 보기에 이건 <뭐>가 있는 듯하다, 싶으면 그때가 바로 지를 때다. 우기다 죽더라도 한 번은 지를 때다. 사실 본인이 만든 거 본인이 판단하는 게 제일 어렵다. <뭐>가 뭐냐고? 여태 떠들었는데?
이 책의 제목 <角과 格>이 정답은 아니다. 대신 하나의 준거 혹은 指路馬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不憤不啓 不悱不發(분발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으며, 애태우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음, <논어>, 길을 가는 것은 누구도 아니라 결국 그대 자신이다)
角은 직업윤리고 格은 인간 윤리다. 角은 크리에이터 자신이고 格은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우리의 세계다. 어떤 경우에도 格은 角보다 크다. 직업적으로 그대는 어떻게든 각을 세우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대가 세운 각이 인간과 세계의 외연을 더 크고 깊게 만들 수 있겠는가, 늘 유념하라는 이야기다.
크리에이티브는 세계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와 같다. 그대가 놓는 돌멩이 하나하나의 접점, 그게 공감이 됐든 환대가 됐든 재치가 됐든, 거기가 내가 말하는 sharing point다. 카피 한 줄, 이미지 하나에 그대의 전 생애가 동원된다는 얘기다. 함부로 할 수 있겠나? 그대가 원하는 세상이 막돼먹은 세상은 아닐 거 아닌가? 그대가 꿈꾸는 세상, 그걸 쓰고 그려라. 요령은 그다음 얘기다. 그런 눈으로 보면 뭐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없고, 뭐가 없는 듯 하지만 사실은 있는 그런 작업들도 가려낼 수 있다.
재능만으로 충분한 일이 아니다. <뭐>를 알아차릴 수 있는 안테나의 감도를 높이고, 부단히 <뭐>든 만들었다 부수고 세웠다 허물어라. 무엇보다, 공부해라.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어야 <뭐>라도 만들 거 아니냐? 그 중에 뭐가 <뭐>가 될지는 오직 그대만이 알 수 있다.
긴 잔소리가 그대에게 비전절기(秘傳絶技)가 되었음 좋았겠지만, 미안하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매번 가래떡처럼 죽죽 뽑아내는 비법이랄지, 노하우랄지, 왕도랄지... 그런 건 없다. 석가세존께서도 8만 대장경 어치의 말씀을 說하시고도 마지막엔 이렇게 발을 빼셨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하라고. 스스로 밝히라고. 비겁해서가 아니라 그게 진실이기 때문이다. 무운을 빈다. 오랜 시간 얼굴을 바꿔 곁에 있어 주었던 그대들, 다들 감사하다. 잘들 지내기 바란다.
(어떻게 되겠지 뭐,
그래봤자 광고 아니냐.
누가 죽기야 하겠냐?
싶지만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