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우정 (5) 은혜 언니

by 노동자a

위에서 재채기하면 아래에서는 폭풍우가 분다는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지나갔다. 그동안 나와 주희는 종종 점심을 같이 먹고 업무를 도우며 우정을 키워갔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서로를 찾곤 했다.

내가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밤새 작성한 사직서를 주희에게 보여주었을 때.

주희가 손찌검까지 달게 받겠다던 그 남자와 마침내 헤어졌을 때.

내가 팀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 때.

주희가 정규직 전환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내가 그 애에게 우리팀 은혜 언니도 비정규직인데 2년마다 인력업체를 바꿔가며 십 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알려 주었을 때가 그랬다.




은혜 언니는 나보다 한 살 위로 입사는 육 개월 빨랐다. 그녀가 전문대학을 육 개월 만에 중퇴했으니, 고졸인 나보다 가방끈도 육 개월 길었다.

그러나 그녀는 계약직이었고 난 정규직이었다.

우린 성격이 판이했다. 난 내성적이고 소심했고, 그녀는 외향적이고 직설적이었다.

성격이 극과 극인 사람들은 간혹, 서로 단점을 보완해주며 찰떡궁합이 될 거라 착각한다.

은혜 언니를 만난 뒤 나 역시 그런 착각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실수까지 했다.


입사 초반 나와 은혜 언니는 틈만 나면 붙어 다녔다. 바쁜 업무 중에 짬을 내 함께 커피를 마셨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퇴근까지 나란히 하며 대화의 주제는 회사생활에서 사생활로 넘어갔다.

난 내가 그토록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은혜 언니에겐 뭐든 말해도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말해버렸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서 식모살이했다고. 내 고백이 우리를 더욱 가깝게 해 줄 거라 믿었지만, 그날 이후 우린 빠르게 멀어졌다.


시간은 묵묵히 흐르고. 사무실에서 은혜 언니와의 어색함이 일상이 되었을 즈음, 팀 회식이 있었다.

삼겹살집에서 나오니 밤 열한 시였다. 아직 지하철이 끊기기 전이었지만, 난 옷에 베인 고기와 술 냄새 때문에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도로 옆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은혜 언니가 슬슬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언니네 집은 반대 방향인데 왜 이쪽으로 오지? 의아해하는데.

마침내 내 앞에 선 그녀가 나를 빤히 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게 정직원이라니. 뭐,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어. 하지만 난! 근본 없는 인간은 상종하지 않아!”


은혜 언닌 부아가 치미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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