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우정 (6) 긴히 할 얘기

by 노동자a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핸드폰에 문자가 와 있었다. 은혜 언니였다.


[어제 만취. 기억 안 남]


난 답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게 은혜 언니의 화를 돋운 걸까. 그 후로 은혜 언니는 보란 듯이 나를 괴롭혔다.

그것도 아주 비열한 방법으로.


그녀는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을 ‘부모 없는 사람들의 잘못’으로 돌렸다.

사무실에서 담소를 나누다 누군가 그즈음 일어난 범죄 얘기를 꺼내면, 그녀는 갑자기 큰 소리로 ‘범인은 분명 고아일 거야!’ 했다.

팀원끼리 점심을 먹으며 전날 본 드라마 얘기를 하다 느닷없이 ‘그 드라마에 부모 없는 애 나오지? 걔 진짜 짜증 나.’했다.

다른 팀 어떤 직원이 파혼했네 이혼했네 수군대다가도 ‘부모가 없나? 왜 인생을 막살아?’ 하는 식이었다.

난 그녀가 정확히 나를 상처 주기 위해 그런 말을 반복하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런데도 ‘부모 없는 게 그 일과 무슨 상관이에요? 괜히 싸잡아서 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만일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옆에 있던 누군가가 ‘왜 유리씨가 발끈해?’ 할 것 같았다.

그러면 다른 이가 ‘유리씨도 부모가 없어서, 자기 얘기 하는 것 같은가 봐.’ 할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주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점심을 같이 먹자기에 구내식당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긴히 할 얘기가 있다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무슨 얘긴데? 심각한 거 아니지?”


걱정스레 묻는 나를 보며 주희는 환하게 웃었다.


“나 결혼해.”


그날 이후, 주희와 나는 근무 중에도 인터넷 메신저로 시도 때도 없이 수다를 떨었다.

주희는 신혼집을 구하고, 혼수를 들이고, 예비 시댁을 방문해 예비 시어머니 앞에서 양 볼이 미어터지게 비빔밥을 먹은 얘기들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난 주희의 말을 귀담아들었고 의견을 제시했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맹세코 난 주희의 결혼식에 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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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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