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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Apr 01. 2023

임재범

상실에 대하여

https://youtu.be/btYYuWbz5xE

임재범. 사랑





그가 깊은 상실을 딛고 7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을 때 그의 머리엔 서리가 내리고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수척했다. 반가움과 안쓰러움과 공감이 짬뽕처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던 기억. 아마도 기다리는 팬들과 어린 딸을 위해서 많은 용기를 냈을 것이다.


의 평소 모습은 넘치는 위트와 재치로 소위 연예인으로서의 끼와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  가수로서의 능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을지라도 거칠고 괴팍해서 성질대로 사는 사람이라 알려져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면이 부각되어 있을 뿐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직업 때문에 누리지 못한 자유, 뭇사람들의 카더라란 질타 속에서 수많은 고뇌의 순간이 있었으리라. 콘서트를 쫓아다니며 덕질을 하는 건 나와 맞지 않아 그저 오직 임재범이어야 하는 순간마다 그의 음악은 내게 대체 불가능한 위로였고, 지금도 그렇다.


상실은 슬픔이란 단어로는 턱없이 부족함을 안다.

사고로 손가락 하나를 잃었을 때와 사랑하는 사람을 인사도 없이 하늘로 보낸 후 내게 몇 년의 시간은 하룻밤 꿈처럼 송두리째 사라졌었다. 숨이 멈춘 시간 동안 꽃이 피는지 낙엽이 지는지 철문을 걸어 잠그고 컵라면 하나로 하루를 지탱하며 가도 가도 끝없는 지하 끝까지 발을 딛고서야 비로소 세상으로 향한 창을 조금씩 열고 환기를 시켰다.


법정 스님의 세상엔 좋은 일 나쁜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일 저런 일이 있다는 좋은 말씀과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틀에 박힌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는 지금을 감사한다. 

눈물은, 그 눈물의 주인을 삶의 하류로 실어 나른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덕분에 세월을 살아내고, 가슴에 움푹 파인 상처는 비싼 흉터 치료 연고로도 아물지 않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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