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그녀를 내 아내라고 소개할 때도
난 항상 남의 편
그녀는 똥 묻은 내 빤스도 손빨래하고
땀에 절은 속옷도 군소리 없이 새하얗게 빨아 낸다.
변덕스러운 신랑 입맛 탓하지 않고
더운밥 해대고 청소, 설거지에 애들 건사까지
일복이 터졌네.
고단한 맞벌이에 바가지와 잔소리는 단골이지만
한 번도 갈라서자는 말 끄집어내지 않고 가슴 깊이 꼭꼭 숨겨 둔 아내의 심장은 강철로 되었나 보다.
사소한 더러움에도 비위 잘 상하는 당신이
병상에서 대소변을 거리낌 없이 받아 내는 날
나는 못내 미안해 울었다네.
아내는 어머니의 또 다른 분신
내 안에 있던 당신 세상 밖으로 나서는 날
내 진정 남의 편 아닌 네 편 되어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