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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삶의 장이 아닌 전쟁터였다
10화
선물과 뇌물의 경계
by
석담
Jan 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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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한가위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면 선물을 주고받고 하는 풍습이 해마다 반복된다.
우리 회사는 항상 명절 때 받은 거래처의 선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오전에 거래처에 자재를 주문했더니 담당자의 답장이 왔다.
주문 감사하다는 말에 덧붙여 집 주소를 알려 달란다.
직감적으로 내게 개인적으로 선물을 보내겠다는 이야기로
보였다
.
나는 문자에 정중하게 썼다.
마음은 고맙지만 회사 대표님 앞으로 보내는 선물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항상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보냈다.
잠시 후 감동이라는 답신이 왔다.
나에게는 오래된 신념이 하나 있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주로 전반적인 관리 업무인데 전 직장에서 구매업무를 하면서 처음 마음먹은 소신이었다.
거래처의 검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경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구매를 담당할 때였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있을 때였다.
인력 파견을 담당하는 외주 업체의 담당자가 찾아왔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인데 불쑥 구두티켓 두 개를 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부서장 하고 하나씩 나눠 가지라고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정색을 하고 최대한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설명하여 돌려보냈다. 비타민제 두 개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받아서 부서장에게 전달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앞으로 이런 업무를 맡으면 얼마나 많은 유혹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마음을 다 잡으며 다가올 검은손의 유혹에 단호하게 대처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 근무하는 직장에서 10년쯤 전에 또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지붕공사를 위해 견적을 받은 업체의 사장이 현금 30만 원을 들고 와서 식사나 하라며 전달하고 가려는 것을 모질게 거절하고 공사나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업체 사장이 가고 나서 옆에 같이 있던 다른 부서의 부장은 눈먼 돈이라며 받아서 술 한잔 하면 되는데 왜 받지 않았냐며 나를 타박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사가 끝나고 장마가 오자 비가 새기 시작했다.
나는 강하게 클레임을 제기하고 누수 부분에 대한 AS를 요청할 수 있었다.
그때 그 돈을 받았더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재작년 제2공장을 건축할 무렵 시공업체 대표가 돈봉투를 들고 와서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했다.
나는 변함없이 봉투를 돌려주고 공사나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그 업체 사장은 공사가 끝나고 마무리도 하지 않고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다.
이렇듯 검은손을 뻗었던 모든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하는 일에 하자나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떳떳하고 정정당당하다면 왜 뒷돈을 주겠는가?
선물은 주고받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이고 지켜져야 할 소중한 미풍양속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명절에 친지나 가까운 분들에게 선물하는 풍습은 계속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선물에 감사의 마음이 아닌 불온한 의도, 청탁, 부탁이 담겨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선물이 될 수 없다.
연일 매스컴에서 뇌물 수수니, 배임 수재니 하면서 정치인들의 비리가 오르내리고 있다.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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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명절
뇌물
Brunch Book
회사는 삶의 장이 아닌 전쟁터였다
08
회사에서 졸지에 방화범이 될 뻔한 사연
09
직장 갑질이 뭔가요?
10
선물과 뇌물의 경계
11
세계 속으로
12
행복의 필수조건, 일의 딜레마
회사는 삶의 장이 아닌 전쟁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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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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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농사짓는 도시농부입니다. 남는 시간에는 사람의 향기를 찾아 산에 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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