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이 뭔가요?

by 석담

직장 생활은 내게 안락한 삶을 제공하고 우리 가정을 계속 지속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근간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20년 가까운 직장 생활에 나의 자존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회사는 단지 생계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회사 경영자에게 막말이나 욕설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고 사회 규범에 어긋나거나 법에 저촉되는 행동들에 대한 지시를 받아도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내부 고발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런 선택을 하는 순간 그동안 누려왔던 안락한 삶과 여유로운 생활은 하루아침에 날아가고 나는 실직자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출근은 내게 달리기와 다름없다.

회사 출근 시각은 8시까지 이지만 직원들은 대게 7시 30분이면 거의 출근을 마친다.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사장님 출근 시간이 7시 20분 경이라 늦어도 7시 1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사장실 문을 열고 신문을 갖다 두는 것도 나의 일이다.

늦잠이라도 자서 늦는 날에는 출근이 늦다고 불호령이 떨어진다.

사장님이 출근하시면 부사장, 이사, 부장들이 줄지어 사장실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얼굴 도장을 찍는다.


우리 회사에는 안전사고 예방과 보안을 위해 30개가 넘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년에 2층 사무실에도 CCTV 하나가 설치되었다. 설치의 적법, 불법 유무를 떠나서 나는 발가벗겨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사무실을 모니터 하기 위한 용도로 설치했다는 사실은 세 살 먹은 어린애라도 알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사장님 아들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스스로 회장으로 셀프 승진해 버렸다.

직원 50명도 안 되는 중소기업에 회장이라는 직책이 어딘가 맞지 않는 옷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최근에 직장 갑질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모인력업체 사장의 갑질이 뉴스에 보도되어 직장인들의 공분을 샀다.

TV에서 한 번씩 직장 갑질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면 나는 혹시 우리 회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나는 어느새 직장갑질의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어떤 것이 직장갑질이고 어떤 것이 정상인지 구분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나는 그렇게 길들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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