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龍巖)의 뜨거운 열기 속에는 벌거벗은 나신의 세상이 그 민낯을 드러낸다.
동굴 속에서 나온 그는 내 벗은 몸을 맘껏 관조하며 이리저리 내 육신을 희롱한다.
누군가의 체취와 땀 내음이 배어 있을 평상 위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세상을 향해 갑옷처럼 단단한 보호막 같던 각질 껍데기와 속세의 묵은 때가 씻겨 나가는 수모를 당하고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풍경처럼 요동치는 나의 남성과 알량한 그것 두쪽은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의 거추장스러움일 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나는 나의 비밀을 들킨 듯 전율하며 움찔거린다.
나른함과 개운함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내 몸은 비누거품으로 칠갑이 내어 다시 세상 속으로 내버려졌다.
감사의 한마디가 목구멍을 비집고 올라올 틈도 주지 않고 그는 다시 동굴 속으로 사라진다.
속세의 때는 씻겨 나가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 오지만 내 마음의 때는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