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합격 후 회식하고 해고당하다

by 석담

기억하기도 싫은 치욕적인 2001년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정도 쉬다가 마누라 눈치가 보여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마침 전 직장 근처에 무역 경력직을 모집한다는 것을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서류를 접수했다.

일주일이 가기 전에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나는 한 번에 합격했다.


무역 부서장으로 첫 출근을 사흘 정도 앞둔 금요일에 출근하기로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저녁에 회식이 있으니 참석해서 같이 하자며 장소도 좋은데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회식 장소도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 회식에 참석했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출근하려는 회사에는 나와 동갑의 차장이 있었는데 공장에서는 막강한 실세로 사업주랑 친밀한 관계로 보였다.

나는 술 한잔에 무장이 해제되고 편안한 기분으로 그 차장과 술잔을 나누었다.

그리고 2차까지 마친 후 귀가했다.


다음날 아침 관리과에서 전화가 왔다. 채용이 취소되었으니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른하늘의 날벼락같은 소식을 전했다. 나는 그 연락을 받고 직감했다.

그 차장 녀석이 장난을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왜 잘랐나 교 물었더니 반말투로 얘기해 기분이 나빴단다.

평소에도 부산말씨 때문에 오해받은 적이 있긴 했지만 이런 사단이 날줄이야.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차장에게 사과하고 재고해 달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걸로 나의 취업은 무산되었다.


집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내 자존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자괴감으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노동청의 근로 감독관에게 전화를 했다.


근로 감독관은 내 마음을 헤아리고 나를 위로하며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업체와 접촉 후 언제까지 노동청으로 출두할 수 있냐고 의사를 물었다.

나는 단호히 그런 사람들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근로 감독관의 배려로 나는 출두하지 않고 민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협상 결과는 한 달 치 임금을 받는 선에서 주의 조치하는 걸로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은 나를 되돌아볼 좋은 기회가 되었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항상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내 행동의 근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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