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마흔이 되었을 때 회사에 입사 지원 서류를 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더는 회사를 옮기기 힘들 것 같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아내는 같은 직장에 30년 넘게 근무 중이니 아내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아내는 가끔 명예퇴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니 명예퇴직을 하고 싶다는 얘기로 들렸다.
아내는 나보다 4살이 적다.
선도 안 본다는 네 살 터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지 않다.
내가 예순세 살에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아내는 내가 퇴직하고도 몇 년을 더 일해야 한다.
아내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퇴직하면 자기도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같이 늙어갈 예정이다.
회사의 정년은 원래 만 61세였다. 사회적인 추세를 감안하여 사장님이 2년을 연장한 덕에 더 오래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은 정년에 대한 제약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앞서 퇴직한 두 분의 직원들은 계약직으로 아직도 근무 중이다.
본인이 능력이 있고 일할 의사가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중소기업이다.
회사는 내가 견뎌 내야 할 삶의 무게만큼 무겁다.
그러니 존버다. 견디고 버텨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직장이 힐링이고 휴식이면 임금을 줄리 만무하지않는가?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정년이 가까워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버티고 있다.
나의 직장생활의 가장 큰 목표는 관리자로서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다치거나 부상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근무하다 그들의 집으로 퇴근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직접 병원에 싣고 간 몇몇의 일하다가 다친 직원들을 기억한다.
자신의 부주의로 다쳤든지, 기계가 오작동해서 다쳤던지간에 다친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
나는 신입사원 교육 시 절대 다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안전사고가 나면 나는 사장의 불편한 시각을 감수해야 하고 산재를 할 것인지 공상 처리 할 것인지 여러 가지 복잡한 선택의 순간이 닥친다. 이때가 내가 제일 힘든 순간이다.
골치 아프게 고민하지 않고 시원하게 산재처리를 하면 되겠지만 중소기업의 사업주는 그렇지가 못하다.
다치고 나서 그만두는 직원들도 많이 보아 왔다.
한 번은 산재 처리를 몇 번이나 연장해서 쓰고 산재가 종료되자 퇴사하는 직원도 있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나는 아침 7시 10분쯤 회사에 도착해서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제 택배로 도착한 사장님의 도서를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잠시 후 사장님이 도착하셨다.
그리고 다짜고짜 택배로 온 책의 포장을 뜯지 않았다고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나를 나무랐다.
나는 언젠가 택배 포장을 허락도 없이 뜯었다고 혼낸 사장을 떠올렸다.
그날은 나도 너무 화가 났다. 순간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떠올랐다.
나를 여직원에게 그만두겠다 이야기를 한 후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서 빈둥거리고 있으니 여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사장님은 내가 집으로 간 사실도 모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사장님께 시위하고 보여주려고 집에 갔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