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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Aug 01. 2023

건강을 위해 저녁 산행을 시작했어요

아내는 반년 전부터 퇴근 후 집 근처의 앞산을 올랐다

원래는 신천변을 두 시간 정도 걸었는데 땀도 나지 않고 운동효과가 없다며 앞산으로 매일 산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게도 같이 가자며 졸랐지만 나는 퇴근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건강 검진 결과가 나를 움직였다.

간수치가 높다는 충격적인 결과에 나는 금주를 결심하고 저녁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제는 퇴근 후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아내를 기다렸다.

7시쯤 아내는 김밥을 챙겨서 집으로 왔다.

우리는 등산스틱, 등산화를 챙겨서 앞산  전망대를 오르기 위한 출발 기점이 되는 대덕식당 인근의 주차장으로 출발했다. 식당 앞에 도착하여 7시 40분쯤 산행을 시작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산은 오르고 있었다.

등산로 주변에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서 오르는 길은 대낮처럼 밝았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아내가 앞장서고 나는 20미터쯤 뒤에서 걸었다.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었지만 별로 힘들지 않았다. 중간쯤에 있는 안일사라는 절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이라는 것이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게 다지만 무척 편안한 시간이었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계단 길이었다. 끝없이 계속되는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었다. 등짝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쉴 새 없이 땀이 흘렀고 팔목과 이마에서도 흥건하게  땀이 배어 나왔다.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첫 번째 야간 산행인데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내는 산을 좋아한다.

일 년에 몇  번씩 설악산이나 지리산으로 종주를 가고

한 달에 한 번씩 등산 동호인들과 장거리 산행을 떠난다. 

그것도 부족해 매일 집 주변의 산을 오르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중독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 야간산행을 처음 해보니 아내의 집착이 이해가 되고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계단을 거의 다 오를 무렵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속세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한 바람이었다.

계단 위쪽에 불빛이 보였다.  아내는 그곳이 우리가 가는 앞산 전망대라 했다.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체력은 임계점에 달했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도 힘에 부친 듯 무의식적으로 내딛고 있었다.


마침내 전망대에 도착했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우리는 대구의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산행과 건강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하산을 준비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만 아내의 등산에 동행하기로 했다. 나의 저질 체력으로 일주일 내내 등산은 힘들다는 걸 아내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무릎보호대를 야무지게 차고 하산하는 길은 산을 오를 때 보다 더 빨랐다. 하산 후 소요 시간을 계산해 보니 거의 왕복 1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니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잠결에 건넌방에서 아내가 인강을 듣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오늘도 자격증 공부 중이었다.

저녁 산행을 마치고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아내는 철의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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