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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Sep 19. 2023

그녀는 왜 매일 산으로 가는가?

두어 달 전부터 아내는 매일 퇴근  후 집 근처에 있는 앞산을 오른다. 매일 저녁 퇴근 후 7시쯤 출발하여  앞산 전망대에서 도착 인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10시다.

그 생활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앞산은 남구의 남쪽에 있는 산으로 해발 660m가  넘는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다.

아내가 처음부터 산을 매일 올랐던 것은 아니다.

그전에는 신천변에 있는 산책코스를 따라 저녁운동을 가곤 했다. 걷기 만으로는 운동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한동안 내게 퇴근 후 같이 가자고 며칠을 조르는 바람에 두 번을 같이 간 적이 있었다.

그것도 저녁 도시락을 챙겨 간다는 조건으로.

두어  번 쉬어가며 오른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때는 나도 아내와 함께 저녁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기로 했었다.

그렇지만 피곤하다는 핑계로 더 이상 동행하지 않았다.


아내는 최근에  등산업체가 주관하는 100대 명산 등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무박 2일의 등산 여행을 떠난다. 백두대간을 따라 각 구간을 등산해며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열정적으로 산에 오르는 아내를 보며 경탄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산에 중독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긴다.


나도 가끔씩 아내와 같이 대구 인근의 많은 고봉들을 올랐다.

비슬산 천왕봉, 조화봉, 가야산 상왕봉, 칠불봉, 그리고 덕유산의 향적봉과 설천봉까지.

그리고 학교 후배와 지리산 천왕봉도 올랐다.

그렇게 주말마다 떠난 산행은 나의 심신에 큰 보약이 되었고 건강 지킴이가 되었다.


아내는 주말마다 하는 운동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게으름과 피곤함은 등산의 의지를 꺾어 버렸다. 마음은 산에 가자고 이야기하지만  내 몸은 집에 있는 안락한 소파에 드러눕고 있다.

등산 스틱 대신에 TV 리모컨을 들고 영화에 심취해 있다.

어제도 아내는 산에 가자는 제의를 했지만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오늘 아침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아내와 더불어 건강한 노후를 보내려면 나도 건강해야 한다.

나 혼자 골골하는 병든 노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제 나도 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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