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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Feb 15. 2022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내가 싫어하는 나의 성격 중 한 가지는 철두철미한 준법정신과  고발 정신이다. 어려운 법 용어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준법정신이라고 해봐야 법을 잘 지키려고 하는 행동거지를 말함이고  고발 정신이라는 건 법을 위반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이다.


나의  준법정신은  때때로  융통성 부족이나 어리석음으로 매도되기도 하고 남에게 안 좋은 행동을 하면 대갚음을 받는다는 이유로 아내는  나의 그러한 고발 정신을 나무란다.

그렇지만 이렇게 타고난 것을 어쩌랴.

내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작은 몸부림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벌인 몇 가지 소소한 몸부림의 흔적들이 있다.


한때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한 일반 차량에 대한 불만이 컸었다. 택배차량이나 특수한 용도의 차량이 아닌 고급 스포츠카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것이 며칠 째 눈에  거슬렸다. 나는 지금은 없어진 불법 주차 신고 앱으로 신고해 버렸다.

그리고 몇 주 뒤 그 차가 또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것이 목격되었다.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또 불법 주차를 했다.

아마도 고급 외제차여서 문콕이 걱정되어 일반 주차장 면적보다 넓은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한 듯했다.

내리 두 번을 불법 주차로 신고하고 나서야 그 차는 더 이상 주차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 6월 말쯤이었다.

경작하는  밭이 소재하는  군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우연히  문화관광정보에서 놀라운 내용을 발견했다.

보양탕 집(개고기로 만든 보신탕집의 다른 이름)을 관광정보에  맛집으로 떡하니 올려놓은 것이었다. 쓴웃음이 났다. 군청 홈페이지에 바로 민원을 올렸다.

그 당시 올린 내용과 답변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그 밖에도 매연 배출하는 삼겹살 집, 거리 적치물로 가로 통 행막은 철물점 등 몇 건의 공익 민원이 더 있다.


요즘은 아내 잔소리에 예전처럼 왕성한(?)  민원 제기는 삼가고 있다.

아내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내는 우체국 공무원이다.

"우리 공무원들은 민원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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