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올해 여든다섯이다.
그래도 지금껏 큰 병 없이 나름 건강하게 살아오셨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제 본가에 들렀다가 아버지의 발을 보았다.
코끼리 발처럼 퉁퉁 부어오른 아버지의 발을 보고
무슨 이상이 있음을 직감했다.
며칠 전 길에서 넘어지시고 직접 119를 불러 병원에 다녀오신 후로 타박상을 입어 어깨가 아픈 정도로 알았는데 아픈 어깨가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아버지를 모시고 청도에 있는 준종합병원으로 갔다.
우선 정형외과에 들러 어깨 상태를 보니 타박상도 있고 관절염도 있다는 진단을 했다. 처방을 받고 내과에 들렀다.
의사가 발 이야기를 했더니 건강검진받은 게 언제냐고 물었다.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부모님은 한 번도 제대로 된 검진을 받으신 적이 없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으면 병원에 가시기를 한사코 꺼리신다. 재작년에 어머니 팔순 기념으로 종합병원의 1박 2일 건강검진을 보내 드리려고 했으나 가시지 않겠다고 하셔서 무산된 적이 있다.
병원에서 피검사, 심전도, 엑스레이 촬영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하는 동안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장남이면서 이렇게 부모님의 건강에 무관심했나 하는 자책이 들었다.
처방전을 받고 약을 받아 나오는 데 아버지의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애처롭게 보였다. 한때는 우리 집의 가장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먹여 살리기 위해 힘든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내는 어디 가고 늙고 힘없는 노인만 거기 있었다.
나는 알고 있다.
아버지가 우리들과 함께 할 날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이제부터라도 아버지의 기대 수명의 연장을 위해 나의 성심을 다할 것이다.
한 번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아버지.
어린 시절 내게 아버지는 항상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다.
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버지가 나를 어려워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아마도 나를 두려워하시는 것 같다.
아버지는 막내 동생을 좋아하신다.
애교 있고 부모님께 고분고분한 남동생이 아버지의 맘에 드셨으리라.
다음 주에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오길 빌어본다.
아버지의 남은 여생을 아들과 함께 즐겁고 평온하게 보내셨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