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어디로 갔을까?

by 석담

15년도 더 된 오래전 일이다.

지금은 이직한 후공정의 이모 과장이 재직하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그때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나는 퇴근하자마자 밤낚시 장비를 잔뜩 실은 차에 시동을 걸고 막 낚시터를 향해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한동안 밤낚시에 빠져 가족을 내팽개치고 주말마다 외박을 했었다.

오늘도 낚시동호회 절친들과 경북 의성에 있는 저수지에서

밤낚시를 하기로 약속하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직원 한 명이 사장님이 부서장들을 호출했다는 불길한 소식을 전해왔다.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장님이 퇴근 후 부서장 회식을 한다는 뜬금없는 통보를 했다.

토요일 오후에 회식을 한다니 참 어이가 없었고 낚시를 가지 못하게 되어서 화가 났다.

나는 출조 약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회사 부서장들은 회사 근처의 돼지 국밥과 수육으로 꽤 이름이 난 할매집이라는 식당에 모였다.

수육과 국밥이 나오고 소주와 맥주의 폭탄주가 몇 순배 돌았다. 술이 약한 나는 음주 속도를 조절해 가며 마셨지만 강권하는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얼큰하게 취하고 말았다.


나름 술고래로 알려지고 반주(飯酒)도 자주 한다는 후공정의 이 과장이 그날따라 영 맥을 추지 못했다. 만취해서 화장실을 다녀온 이 과장은 술이 취해서 먼저 가야겠다며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떠났다.


식당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우리 일행이 떠나려고 계산을 하고 나서였다. 사장님이 신발 한쪽이 없어졌다며 주인 할머니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할머니도 어쩔 줄을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주인 할머니와 사장님 사이에 작은 다툼이 있었다.

사장님은 벽에 붙은 CCTV를 확인해 보자 하셨고 식당 할머니는 CCTV 확인은 아들이 와야 한다며 버텼다.

급기야 사장님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식당 할머니의 아들이 도착해서야 CCTV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이 과장이 집에 가면서 신발 한쪽을 바꿔 신고 간 것이다. 술에 취해 자신의 신발 한쪽은 놔두고 사장님의 스니커즈 한쪽을 신고 간 것이다.

사장님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경찰은 사과하고 잘 마무리 하라며 철수했다.

사장님은 연신 주인 할머니께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다.


공장장이 이 과장에게 전화했지만 술에 취해 자는지 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창 만에 이 과장 부인이 전화를 받고 자초지종을 전해 주었다.

잠시 후 이 과장 부인이 사장님의 신발 한쪽을 들고 식당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너무 미안한 나머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사장님께 신발을 전해주고는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우리는 마침내 할매집에서 해방되었다.

그날의 회식은 그러고도 계속되었다.

우리 부서장들은 사장님의 자택에서 2차를 이어갔다.

내게는 너무 힘든 하루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