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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Oct 22. 2023

제대로 된 삽질이 필요한 시대

80년대 대학 시절 친구들과 즐겨 쓰던 말은 "삽질하고 있네"였다.

조금 분위기에 안 맞는 행동을 하거나 주제에 벗어난 말을 하면 가차 없이 "삽질하지  마라"거나 "또 삽질하냐"며  삽질의 원천을 차단하고는 했다.

그래도 그 삽질이리는 말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깔아뭉개기 위한 악의적인 의도의 말은 아니었고 재치와 위트를 겸한 당시의 유행어였다.

지금은 삽질하냐며 비아냥 거릴 친구도 없고 상대에게 삽질하지 말라고 잘못  얘기했다가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본래 삽질하다는 의미는 좋은 뜻인데 속된 뜻의 삽질이라는 의미가 더 유행하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요즈음 삽질은 엉뚱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삽질은 그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

공천자격이 안 되는 지자체장을 공천해서 선거에 코피 터지고  공직자의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장관후보자로 인선한 일은 엄청나게 잘못된 삽질의 전형이다.

급기야는 여당의 임명직 당직자들이 전원 사퇴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30퍼센트까지 떨어졌다는 여론 조사가 나왔다.

더구나 방통위원장이  언론의 자유에 역행하는 언론 탄압을 자행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아주 위험한 삽질이다.

맹자의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잘못된 삽질을 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국민의 "삽질하고 있네"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닫고 소통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의 헛된 삽질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진정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제대로 된 삽질을 해 주기를 바라본다.

지난 주말 농장에서 삽질을 했다.

마늘과 양파 파종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봄에는 로터리를 쳐서 농사를 시작하지만 마늘 파종을 위한 10평 남짓의 밭을 위해 로터리를 부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변변한 관리기 하나 없다 보니 믿을 건 삽질 밖에 없다.

초겨울의 찬 기운이 누그러진 오전 10시쯤 시작된 삽질은 오후 3시가 지나 끝이 났다.

땅콩을 캐낸 밭의 비닐을 걷어 내고 괭이로 밭을 갈아 놓은   후 쇠갈퀴로 돌을 골라냈다. 그리고 퇴비와 유박 비료를 뿌려 섞은 후 퇴비가 갈 숙성 하도록 물을 듬뿍 뿌렸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도 뻐근 해지도록 힘든 작업이었지만  혼자서 해냈다는 보람이 있었다.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에 어머니가 도와주러 오시겠다는 걸 한사코 사양하고 혼자서 해냈다.

나는 오늘 제대로 된 삽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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