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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Apr 20. 2024

부부의 재발견

부부는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열흘 전쯤 첫 번째 싸움이 시작된 것은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으로 묵언수행(?)에 들고 나서였다.


"당신은 그 얘기를 한 귀로 흘리고 다른 데 가서 절대 이야기 하지 마요."


듣고 나니 약간 기분은 나빴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며칠 후 다시 그 주제가 소환되고 같은 똑같은 이야기를 또 아내가 했다.

아내는 내가 그 이야기를 사촌 조카 결혼식자리에서 끄집어내어 설화에 휩쓸릴까 하는 이야기였지만 두 번 거듭 듣고 나니 화가 올라왔다.


"당신이 얘기 안 해도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그것이 발단이었다.

그렇게 서로 아무런 대화도 소통도  없이 열흘이 흘렀고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반려견 해피와 일방적인 대화를 나누며 태연한 척했다.

묵언수행이 지겨워질 때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두 번째 전쟁의 조짐이 찾아왔다.

그 단초가 된 시발점은 장어였다. 갯장어 인지 민물장어인지는 처가 식구들의 모임에 가지 않아서 알 수가 없지만 불화의 시작은 처가에서 갑자기 벌어진 장어파티가 원인이었다.


금요일 저녁.

오랜만의 불금을 보내기 위해 청도의 내 아지트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이번주에는 오이와 토마토 모종을 심고 청경채, 시금치, 쑥갓, 들깨, 근대 등의 여러 가지 야채를 파종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글도 쓰고 독서도 하리라 다짐했다.


회사에서 지난 몇 달 동안 녹색인증심사를 준비하느라 피곤한 심신에 더해 심사당일날의 긴장감 때문인지 몸살기가 있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 아침.

비예보가 있었는데  서둘러 계획했던 파종을 마치고 나니 단비가 내렸다.

그때 막내 처남에게 전화가 왔다.

월요일에 장인어른의 수술이 있어서 장어를 사서 처갓집에 왔다는 것이었다.

저녁에 같이 모여 식사하자는 취지였다.


나는 일이 바빠서 이번에는 못 가겠다고 했지만 처남은 못내 아쉬워했다.

몸도 여전히 뻐근해서 잠시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아내가 왔다.

아내도 처갓집 모임에 가자고 졸랐지만 나는 거듭 거절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내에게 처가에 가서 잘 말씀드려 달라고 당부를 했는데 처남들이 섭섭해한다고 처가의 반응을 계속 메신저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거듭되는 아내의 문자에 "됐다" 한마디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었지만 아내의 이야기에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수양이 부족한 것인가?

처가에서 부르면 묻지도 따지지지도 말고 달려가야 하는 게 동방예의지국의  도리인가?

나는 여전히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설령 부부일지라도.

그런 나의 생각이 틀렸다면 내게 돌을 던져도 좋다.


여기저기서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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