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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May 25. 2024

산악인 아내와 농사꾼 남편

이 부부가 사는 법 1

나는 60세, 아내는 56세.

우리 부부는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 찰떡궁합이다.

물론 죽고 못  사는 시절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나는 한때 각방 쓰는 부부가 이해가 안 된다며 각방부부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


내가 각방 부부에게 악담을 퍼붓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악담은 내게 되돌아왔다.

50대 중반에 접어 어느 날.

아내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한다며 서울로 대학생이 되어 떠나 공실이 된 둘째 딸의 빈방을 독서실 삼아 옮겨 갔다. 공인중개사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호언장담하던 그녀는 공인중개사 2차 시험 낙방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게 우리 부부의 각방 시작이었다.

이유변명도 없었다.

나의 지독한 코골이와 못된 잠버릇도 꿋꿋하게 견뎌그녀와의 이별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2020년 가을 나는 청도에 주말 농장을  마련했다.

우리 부부는 한동안 주말 농장에 빠져  주말이면 텃밭으로 달려가 감자,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수확하며  전원생활에 푹  빠졌다.

2021년 겨울  농막을 짓고 주말에는 자연과 더불어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추운 한겨울 난방도 제대로 안 된 농막에서 선잠을 자며 우리 부부는 5도 2촌 생활에 푹 빠졌었다.


아내가 농막에  뜸해진 건 산악회 활동을 시작하면서였다.

모 등산브랜드의 100대 명산 인증을 시작하고 등산  동호회의 새벽 버스를 타기 시작하면서 아내와 나의 취미는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주말이면 전국에 있는 명산을 찾아 인증숏을 담았고 나는 금요일 저녁이면 농막이 있는 청도로 떠났다.


지금은 나의 삶이 달라졌다.

한 달에 한 번  아내와 나는 등산 동호회의 버스를 타고 산행을 간다.

그렇다고 아내의 등산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산에 오른다.

지금은 백두대간 종주팀에 합류해 매주 일요일 새벽 산행을 떠난다. 그리고 매일 집 근처의 산을 오르내린다.

어제저녁 나는 청도에 있는 농막으로 달려왔다.

내일 참깨 파종을 위해  로타리치고 비닐 멀칭하느라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아내는 낮에 잠시 들러 딸기를 따고 내일 있을 지리산 산행을 위해 집으로 서둘러 떠났다.


나는 우리의 삶이 잘못된 삶이라 생각하지 않는다ㆍ.

그렇다고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삶이  아닌가?

부부가 항상 같이 해야 한다는 편견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부부는 항상 같이 자야 하고 언제나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우리 부부에게는 사치이다.

그저 부부는 어디에 있던 같은 곳을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그녀의 삶을 존중하고 그냥 쭈욱 같이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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