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방을 나갔다.
그래도 나는 잡지 않았다.
부부는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는
궂은 맹서는 닫히는 문소리에 묻혀 버렸다.
오십이 되어도 우리 부부는 한방에서 잔다며
자랑처럼 떠들던 호기로움은
먼 옛이야기처럼 아득하다.
아내는 늦깎이 공부를 한다며
집 떠난 둘째의 빈 방으로 짐을 싸서 떠났다.
공부가 끝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안방과 작은 방 사이의 거리만큼
우리 사이에도 거리가 생겼다.
나의 지독한 코골이에도
지난한 몸부림에도
침대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며
참고 견디던 그녀의 인내는 무용담이
되어 남았다.
아내가 떠나고 만장같이 너른
텅 빈 퀸사이즈 침대에서 나는 큰 대자로 누워서
자유를 즐겼다.
그래도 나는 구속당하고 싶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한다"는
만해의 시처럼 나를 속박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불 꺼진 깊은 밤
나는 방문을 덩그러니 열어두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밤새 내 곁으로 돌아올
그녀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