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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Jun 23. 2024

각방

아내가  방을 나갔다.

그래도 나는 잡지 않았다.

부부는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는

궂은 맹서는 닫히는 문소리에 묻혀 버렸다.

오십이 되어도 우리 부부는 한방에서 잔다며

자랑처럼 떠들던 호기로움은

먼 옛이야기처럼 아득하다.


아내는 늦깎이 공부를 한다며

집 떠난 둘째의 빈 방으로 짐을 싸서 떠났다.

공부가 끝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안방과 작은 방 사이의 거리만큼

우리 사이에도 거리가 생겼다.


나의 지독한 코골이에도

지난한 몸부림에도

침대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며

참고 견디던 그녀의 인내는 무용담이

되어 남았다.


아내가 떠나고  만장같이 너른

텅 빈 퀸사이즈 침대에서 나는 큰 대자로 누워서

자유를  즐겼다.

그래도 나는 구속당하고 싶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한다"

만해의 시처럼 나를 속박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불 꺼진 깊은 밤

나는 방문을 덩그러니 열어두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밤새 내 곁으로 돌아올

그녀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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