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담 Jan 03. 2022

더 넓은 세상을 보려면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둔 딸에게

막내딸아,

너는 뜨거운 8월이 끝나갈 무렵 우리  가족의 구성원으로

엄마와 아빠의 딸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너를 만나는 날 의사 선생님 아빠에게 탯줄을 자르라며 가위를 건넸지만 아빠는 차마 네게 작은 아픔이 라도 줄까 우려하여 끝내 탯줄 자르기를 마다 하였다.

엄마도 그 무더운 여름 찌는 듯한 산후조리원의 구들장 위에서 더위를 이겨내고 오직 소중한 딸을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산후조리를 무사히 마쳤다.


첫돌을 몇 해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였던 너는 학원으로 언니를 마중 갔던 엄마를  찾는다며 혼자서 길거리로 나가는 바람에 집안은 난리가 나고 엄마는 널 잃어버린 줄 알고 폭풍 눈물을 흘렸었지.

네가 영리하게도 가던 길을 스스로 거슬러 집으로 되돌아왔을 때 네 엄마는 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단다.


온갖 예쁜 어리광으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집에서 귀염둥이로 통하던 막내딸이었던 네게 맞벌이하던 우리 부부는 항상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 내내 미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스스로 공부하고 생활하는 방법을 터득한 네가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했지만 외할머니에게 하루 종일 널 맡겨 두는 게 항상 마음의 짐이 되었다.

할머니의 사투리를 배워서 따라 하고 고스톱을 놀이로 알아가던  널 보며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도 많았단다.


퇴근 후 처가에서 잠든 너를 안아서 자동차에 태워 집에 데려오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잠든 너를 깨워 할머니께 데려가던 시간들이 어린 네게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지 지금도 너무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너는 항상 아빠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무럭무럭 자라 반듯한 여고생이 되었구나.


중학교 2학년 때 국회의사당에서  전국 규모의 체험활동 경진대회에 참가해 당당한 모습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네 주장을 펼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너는 아빠 엄마를 자랑스럽게 해 주었단다.


어느덧 너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머지않아 성년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너는 삶의 중요한 한 순간인 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을 보았지. 아직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아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일 거라고 아빠는 생각되지만 그리 걱정은 하지 않는단다.

지금껏 잘 해왔고 넌 앞으로도 잘해나갈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이 순간은 네가 살아갈 앞으로의 긴 인생 여정에서 극히 짧은 순간일 뿐이란다.

더 많이 해야 할 어려운 과제와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매사에 신중하고 침착하게 행동한다면 네가 바라는 것들은  꼭  이루어 낼 거라고 아빠는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아빠는 네게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아빠가 매주 산에 오르며 터득한 세상의 이치라고나 할까.

"더 넓은 세상을 보려면 더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더 넓은 세상은 힘들여 높은 산에 올라야 얻을 수 있는 값진  것이란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 모양의 하늘밖에 볼 수 없단다.

힘들더라도 우리 딸이  더 넓은 세상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내 딸아!










작가의 이전글 새해 아침에 브런치를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