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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Jan 10. 2022

고마운 딸아이

지난 몇 개월간 둘째 딸 수능시험과 대학원서접수로 우리 부부는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수능 시험을 치른 모든 학부모의 심정이 우리 부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삼십여 년 전에 대학 입학 학력고사 볼 때가 떠올랐다.

그때 우리 부모님도 지금의 우리 부부 같은 심정이었을까?


작은 딸은 막내이지만 독립심이 강한 녀석이다.

수시를 지원하고 지원했던 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있을 때마다 우리 부부는 짐짓 더 태연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보루 같이 생각되던 수도권의 대학에 합격했을 때 나는 그냥 그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아내도 작은 딸도 단호했다.

설령 재수를 하게 되더라도 정시를 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나는 군말 없이 물러섰다.


수시 지원  합격한 대학에 그냥 다니기를 원했던 건 너무 힘들어할 딸아이가 안쓰러워서였다. 그녀의 목표나 기대치에  대한 생각은 없이 그저 아비가 딸애의 힘든 과정을 덜어주려는 행동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냥 믿고 기다려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나의 입시  때는 어땠는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학력고사 성적을 가지고 진학상담에 들어갔다.

담임 선생님은 부산에 있는 대학에 가기를 권하셨지만 나는 끝끝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고 우겼다.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이 허락하면 서울에 원서를 써 주시겠다고 했다.

나도 내 고집대로 부모님 의견은 전혀 고려치 않고 마음대로 대학을 결정했었다.

어려운 살림에 아들 학비며 하숙비 대느라 등골이 빠지셨을 부모님께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다.


수능 이후의 하루하루는 딸애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수시 발표의 힘든 여정을 끝내고 나니 정시의 지루한 여정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났다.

발표가 설 지나서야 시작되니 또 한 달 가까운 유보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불확실한 한 달여를 보낼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그런 나의 맘을 헤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나군에 포함된 한 대학에서 지난 1월 초에 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딸아이가 떡 하니 합격했다며 가족 단톡에 합격증을 올리는 게 아닌가? 딸애가 수시에서는 고배를 마신 대학이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합격은 보장받았으니 가군으로 지원한 대학의 결과도 기다려 보자며 여유를 부렸다.


지난 몇 년간 딸애가 겪었을 마음고생과 육체의 고단함에 치하(致賀)와 경의(敬意)를 보낸다.

부모에게는  대학 진학보다 더  나은 효도는 없다고 말하는 나는 속물이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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