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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상처는 생존일까? Fall in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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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29. 2023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직장 내 괴롭힘 생존자가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와의 모든 싸움이 끝난 후, 나는 결국에 이겼다. 나에게 남은 건 승리를 했다는 성취감과,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생존자로서 가장 큰 '걱정'이 하나 남아 있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잃어버린 것이 아주 많았다. 가족과의 신뢰, 떠나간 연인, 지인들과의 우정, 회사에서의 입지, 동료들과의 친밀감... 내가 잃어버린 것을 말하고자 하면 끝이 없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속상한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현재는 과거이자 미래이다'

'현재'의 나 자신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의한 것이다. 즉 '과거'에 말을 하고, 행동을 하고, 결정을 한 일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현재'가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나의 '현재'는 어떠한가?? 완전한 시궁창이다. 나 자신도 망가져 있고, 나의 외부 상황도 망가져 있다.

망가진 것은 하나하나 다시 고치면 된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나에게 또 생긴다면?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면 똑같은 미래가 또 나에게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같은 '미래'가 나에게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야만 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언젠가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나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보려고 했다.

물론, 가해자 탓을 하면서 '나는 틀리지 않았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가해자를 폭풍우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은 가해자 탓이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과거 방식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살아오던 방식을 바꾸는 건 그만 큼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나서 무너진 집 안에 그대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적어도 앞으로 올 지진을 대비하여서 보수 공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과거' 와는 다르게 살아보려고 한다.

많은 피해자 분들이 나에게 말한다. "감사합니다"라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서 이렇게 정보를 정리해 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민사소송을 하는 것을 보고 "선구자세요"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굳이 손해를 보면서 힘든 길을 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피해자 분들 중 상처가 너무 커서 일상생활 자체를 못하는 분들도 많다. 사람을 두려워하여 인간관계를 안 하는 분들도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겁을 먹고 피해망상을 보이는 분들도 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만 하시는 분들도 있다.

나에게 고맙다고, 선구자라고 말해주는 이 피해자 분들께 '저는 어찌어찌 살고 있어요. 노력하니까 조금씩 나아지네요'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같이 노력하자고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내가 먼저 길을 가보겠습니다. 물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아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가해자와의 싸움이었다면, 이제 부터는 저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돼요. 알잖아요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든 거. 그래도 노력할 가치는 있어요. 저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에 많은 책들을 보았다.

하지만 책이란 게 대중적으로 적혀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불가능한 내용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 책들을 토대로 내가 현실에 적용해 보고, 괜찮았던 것들에 대해 피해자 입장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책들 중 도움이 많이 되었던 20 권을 한번 나열해 보겠다. 이 책을 쓰신 모든 분들이 나의 스승이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1. Awake - 박세니

2.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프랭클

3. 오은영의 화해 - 오은영

4. 직장갑질에서 살아남기 - 박점규

5.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 샘 혼

6. 할 말은 합니다 - 희렌최

7.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데일카네기

8. 마음의 법칙 - 폴커 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