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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Jun 26. 2023

[7] 메타인지에 대해서 배우다

나를 보는 상위의 나. 나를 3인칭으로 보게 하는 메타인지

스승님과의 첫 상담 후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오늘은 다시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사실 회사일에 치이느라, 그동안 배운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분명히 가슴이 뛰고, 관점을 전환하는 중요한 것을 배웠는데도 말이다. 가해자를 마음속에서 보내주라고 하였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위축되거나 긴장되는 상황이 찾아오면 나도 모르게 다시 가해자 탓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된건 가해자 때문이야'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스승님이 말한 썩은 방패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모든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는 만능 방패 말이다. 계속 이 방패를 사용할수록 나는 나 자신의 삶을 살기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하하... 습관처럼 굳어진 게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구나"




이렇게 자책을 하며, 열차를 탔다. 열차를 타니 또 생각나는 게 있었다. "아 맞다, 유튜브를 줄이라고 했었는데..." 며칠 정도는 신경 써서 유튜브를 시청하지 않았다. 대신에 책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습관처럼 늘 똑같이 퇴근하고 나서,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고 유튜브를 보면서 잠들고 있었다. 씁쓸했다.




"하하핫... 오늘은 가서 뭐라고 하지"




열차 안에서는 다시 의식적으로 유튜브를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역시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유튜브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나를 3인칭으로 보는 연습을 하였다. 나를 3인칭으로 보다 보니 행동하기가 수월했다. 내가 게임속 케릭터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나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기록해 놓은 노트를 펴서 보았다. 한줄 한줄 다시 읽어보았다. "아 맞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 "아.. 맞다 그렇구나"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지난번에 한 시간 일찍 도착했음에도 스승님이 30분 일찍 나오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청주중앙공원의 압각수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님이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스승님께 반갑게 인사했다.






회사원 : 스승님~, 안녕하세요!

스승님 : 오냐~ 이번에도 일찍 왔구나. 일단 돈부터 입금해라



회사원 : 보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돈인가요. 여기 입금했어요 확인해 보세요.

스승님 : 옳지 확인했다. 이번주는 어땠어?? 



회사원 : 사실 회사 일에 치여 사느라 스승님이 가르쳐 준 것을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어요. 문제 상황에서 여전히 가해자 탓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책을 좀 했어요...

스승님 : 너 같은 성격은 자책하는 게 일상이라는 거 잘 알고 있다. 자책도 하다보면 질릴텐데 꾸준하구나. 그건 됐다. 



나는 또다시 스승님의 팩트 폭격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 : 아니 왜 보자마자 불쌍한 척 을 해. 우리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내가 겸손한 척, 불쌍한 척 하면서 자기 방어적인 행동 하지 말라고 했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도 팩트폭격이 날라왔다. 으... 보자마자 팩폭으로 뚜들겨 맞는구나. 아프다... 또 습관 처럼 불쌍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나 보다. 



 

스승님 : 무언가 배울때 한번 들어서 사람이 바뀌지 않는 건 당연해. 한번에 배우는건 백지상태의 갓난 아이나 가능한 거야. 나이가 들 수록 살아온 '경험' 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바뀌기 어려워. 너만 그런 거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는 마. 일단 무언가를 인식을 했다는 게 중요해. 인식을 하고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발전적으로 바뀌어.



맞다. 그 전에는 '인식' 자체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가해자 탓을 하거나, 불쌍한 척을 하거나, 자책을 하거나 하는 행동들을 말이다. 숨을 쉬듯이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지금은 배움을 통해 안 좋은 습관을 '인식' 했으니 큰 발전이 아니겠는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회사원 : 네 알겠어요. 음... 스승님이 지난번에 열차 안에서 유튜브 보지 말라고 했잖나요. 습관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을 했어요. 핸드폰 전원을 꺼버린다던지, 눈에 보이지 않게 가방에 넣어둔다던지 말이에요. 이렇게 혼자 자기만의 싸움을 하다가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스승님 : 오! 흥미 있는 이야기구만. 좀 더 이야기해봐바

회사원 : 갑자기 유튜브를 보려고 하는 나를 3인칭으로 인식을 하게 되었어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유튜브를 안 보려고 발버둥 치는 제가 보이더라고요.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제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렇게 되고 나니 행동하기가 편해졌어요. 그래서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스승님이 가르쳐 준 것을 노트에 적었어요.




스승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순간 벙찐 표정을 지으셨다. 꽤 놀란 것 같았다. 대체 어디서 놀란거지?? 유튜브 안보려고 끙끙 대는 내 모습이 대견했던 건가??




스승님 : 오 ~ 이거 뜻밖의 수확인걸. 노력 많이 했구나. 칭찬해 주마. '메타 인지'를 인식했구나. 오늘 마침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단다.

회사원 : 메타인지 라니요?? 이게 무엇인가요?? 



스승님 : 메타인지란 '나의 생각을 바라보는 더 상위의 생각을 말해' 네가 말한 3인칭 시점이 바로 그것이지. 

회사원 : 네?? 나를 바라보는 상위의 생각이라니 너무 추상적이에요.



스승님 : 쉽게 말하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란다. 혹시 시험 볼 때 이런 적 있지 않았어?? "아... 이 문제 아는 건데 틀렸네" 이런 후회 말이야

회사원 : 물론 있죠. 그럴 때마다 너무 아쉽더라고요.



스승님 : 이 사람은 그 문제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아는데 틀린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회사원 : 알고 있으니까 아는데 틀렸다고 아쉬워 하는것 아닐까요??



내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스승님은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질문을 했다.



스승님 : 너 이름이 뭐야??

회사원 : 회사원이요.



스승님 : 그럼 내 이름은 뭐야?

회사원 : 음...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스승님 성함도 모르는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스승님 : 이름은 알려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지금은 내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야!! 하... 답답하네. 쉽게 쉽게 설명해 보마. 너는 너 자신의 이름은 알고, 내 이름은 몰라. 너 자신의 이름이 시험문제에 나오면 맞추겠지만, 내 이름이 나오면 틀리겠지??

회사원 : 물론이죠



스승님 : 그럼 아는데 틀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회사원 : ...... 아니요



스승님 : 그렇지!! 아는데 틀렸다는 건 모른다는 것이야. 그래서 안다고 착각하는 게 제일 무서운 거야. 안다고 착각을 하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것 자체를 몰라.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틀리는 거지. 시험 문제로 예를 들었지만 이건 삶에서도 마찬가지야. 아는데 틀렸다고 생각한 순간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

회사원 : 그렇죠. 그렇죠. 말씀을 들으니 이해가 가네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메타인지군요. 그런데 이게 유튜브 안 보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스승님 : 하..... 

회사원 : ??







스승님이 한숨을 푹 쉬시더니 잠시 말을 멈추셨다. 왜지?? 내 질문이 그렇게 이상한 것인가?? 스승님이 말을 멈춘 이유에 대한 해답은 곧바로 스승님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스승님 : 하나를 알려주면 적어도 하나는 알아야지... 아니다 아니야... 그냥 하나씩 하나씩 알려줄게. 이렇게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보다, 모르는 것 인정하고 질문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회사원 : 하하! 칭찬 감사드립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긁적거렸다. 뭔가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다 이야기해 주셨나 보다. 근데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걸... 



스승님 : 무언가를 배우고 나면, 그 지식이 머릿속에서 흡수되는 시간이 필요해. 배우고 나서 유튜브를 바로 보면 배운 지식들이 흡수되지 못하고 유튜브 내용으로 덮여버린다는 것은 이해했지??  

회사원 : 네 맞아요.



스승님 : 그러면 문제를 낼게. 무언가를 배우고 나서 유튜브를 보면 돼, 안 돼??

회사원 : 당연히 안되죠!!



스승님 : 근데 너 말을 들어보니 너는 회사 끝나고 나서,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본다고 했어. 정리한 노트나 다시 보고, 나한테 배운 것이나 생각해 볼 것이지 말이야. 이 말 맞아 틀려??

회사원 : 맞아요...



스승님 : 그럼 너는 유튜브를 보면 안 된다는 문제를 맞혔어 틀렸어??

회사원 :..... 아는데 틀렸어요



내가 "아는데 틀렸어요"라고 말을 하자 스승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심한 눈빛인지, 애처로운 눈빛인지 잘 모르겠다. 답답한 눈빛 같기도 하였다. 나도 스승님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머리를 쾅하고 얻어맞은 듯이 온몸에 전율이 들었다.



회사원 : 아...!!! 

스승님 : 그렇지, 그렇지. 이제 느낌이 오는구나!! 맞지?? 



회사원 : 스승님. 저 지금 저도 모르게 '아는데 틀렸다고' 이야기를 했네요!! 이건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말이에요!! 이게 '메타인지' 군요. 저는 아는 것 같지만, 모르고 있었던 거군요.

스승님 : 옳지 옳지!! 바로 그거야!! 나를 제3자로 봐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 그게 바로 메타인지란다. 



회사원 : 아... 이런 느낌이군요. 그런데 저는 늘 그래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도,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안 하거나 그래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지는 것 같아요.

스승님 : 괜찮아, 아까도 말했지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야. 이제부터 너의 메타인지를 정교하게 가다듬어 가는 과정을 진행하면 돼. 하루하루 인식해서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거야. 0.01% 라도 말이야. 포기하면 그 순간 게임 종료야.






'포기하면 그 순간 게임 종료야' 라니 이거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 드립 아닌가?? 진지한 얼굴로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 드립을 치시는데, 이거 웃어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근데 이거 드립 맞나?? 그냥 한 말인가??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나는 왜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공상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갑작스레 여기서 스위치가 켜져서 당황스럽다. 점점 머리가 아파온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후.... 그냥 못 들은 척해야겠다. 머리를 도리도리 치고 나서 다른 질문을 했다.



회사원 : 스승님,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내가 아는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과 나를 3인칭으로 보는 것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스승님 : 좋은 질문이긴 한데, 갑자기 머리를 절레절레 치고 나서 말하는 이유는 뭔데??

회사원 : 아무것도 아니에요. 머리가 지끈 거려서요. 



스승님 : 나 자신을 3인칭으로 보게 되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더 잘보여. 그리고 행동하기가 편해지지. 게임으로 치자면 매일매일 일일 퀘스트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쉬워. 너에게 하루 30분 조깅이라는 일일 퀘스트가 있다고 해보자. 너는 게임 케릭터의 퀘스트를 더 잘할까? 너 자신의 퀘스트를 더 잘할까??

회사원 : 제 경험상 저보다는 게임 케릭터를 키우는걸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스승님 : 이것과 마찬가지야. 게임 케릭터는 내가 제3인칭으로 보기 때문에 행동하기가 쉬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기도 쉽고 말이야. 하지만 나 자신인 1인칭 시점으로 가면 이게 쉽지 않지.  



게임 케릭터로 설명을 해주니 갑자기 이해가 더 잘 되었다. 나는 매일 하는 게임이 있다. 게임에서는 행동하기가 편했다. 시간을 들여서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였다. 나의 케릭터에게 부족한 부분과 장점도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혹은, 장점을 더 살리기 위해 도전도 더 잘 하였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늘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회피했다. 



회사원 : 저 자신을 게임 케릭터 처럼 3인칭으로 보라는 이야기 인가요??

스승님 : 정확하게 그런 이야기는 아닌데, 일단 그렇게 생각을 하는게 좋겠다. 사람이 어떻게 게임 케릭터가 되냐. 불가능해. 사람에게는 감정이라는게 존재하기 때문이야. 게임 케릭터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그것 보다 다른 방향으로 메타인지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이 있어.


회사원 : 메타인지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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