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을먹고 치우는 중에 남편이 알리 눈이 좀 이상하다고 했다. 왼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서 병원으로 데려갔다. 일요일 밤이라 신속한 진료가 가능한 곳이 토토를 보냈던 바로 그 24시 병원. 토토가 떠난 후로 그 병원이 있는 상가에 다른 일로 들를 때면 병원 간판만 보여도 눈을 질끈 감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었다.
그 병원으로 차를 몰아가는 것도 좀버거웠고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과호흡이 왔다.
수의사를 만나고 알리가 각막천공이 와서 치료를 일단 해봐야 하는데 안 되면 안구적출이 필요하 다했다. 그래. 수의사들은 언제나 최악을 이야기하니까.
(다행히 오늘 오전에 토토가 다니던 로컬 병원에 다시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알리 상태가 24시에서 이야기했던 그 정도는 아니고 전안방 축농증으로 보이고, 이건 흔한 거니 치료가 가능할뿐더러,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 이야기에 진정이 되었다. 과잉진료가 1도 없고 늘 보호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인 이 다정한 수의사님 덕에 이렇다 할 장비도 없는 이 작은 동물병원을 내가 10년 넘게 고수 중이다. )
그러다 수의사가 앉아있던 뒤편의 문이 잠시 열렸을 때 봉인되어 있던, 의식 밑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토토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호자들어오라고 해서 저 문을 통해 안쪽 치료/처치실로 들어가서 숨이 넘어가고 있는 토토를 만났었다. 편하게 보내줬어도 됐는데 제발 살려달라는 내 요청에 모든 의료진이 들러붙어 기도삽관하고, cpr을 하고, 엄청나게 많은 약물을 주사했다. 그럼에도 토토는 숨이 멎은 채 이 병원을 나와야 했었지.서러움과 원통함이 몰려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