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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l 29. 2024

괜찮긴 개뿔.

미친 펫로스 증후군

내가 꽤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또 내가 괜찮은 줄 착각을 했다.


알리가 좀 아프다.

췌장염, 신부전, 심부전의 콜라보에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더니 급기야 곡기를 끊었고

그러다 보니 심하게 말라 갈비뼈가 다 드러났다.

영양분 공급이 안 되니 인지력도 더 뚜렷하게 나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어제저녁을 먹고 치우는 중에 남편이 알리 눈이 좀 이상하다고 했다. 왼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서 병원으로 데려갔다. 일요일 밤이라 신속한 진료가 가능한 곳이  토토를 보냈던 바로 그 24시 병원. 토토가 떠난 후로 그 병원이 있는 상가에 다른 일로 들를 때면 병원 간판만 보여도 눈을 질끈 감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었다.


그 병원으로 차를 몰아가는 것도 좀 버거웠고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과호흡이 왔다.

수의사를 만나고 알리가 각막천공이 와서 치료를 일단 해봐야 하는데 안 되면 안구적출이 필요하 다했다. 그래. 수의사들은 언제나 최악을 이야기하니까.

 (다행히 오늘 오전에 토토가 다니던 로컬 병원에 다시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알리 상태가 24시에서 이야기했던 그 정도는 아니고 전안방 축농증으로 보이고, 이건 흔한 거니 치료가 가능할뿐더러,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 이야기에 진정이 되었다. 과잉진료가 1도 없고 늘 보호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인 이 다정한 수의사님 덕에 이렇다 할 장비도 없는 이 작은 동물병원을 내가 10년 넘게 고수 중이다. )


그러다 수의사가 앉아있던 뒤편의 문이 잠시 열렸을 때 봉인되어 있던, 의식 밑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토토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호자 들어오라고 해서 저 문을 통해 안쪽 치료/처치실로 들어가서 숨이 넘어가고 있는 토토를 만났었다. 편하게 보내줬어도 됐는데 제발 살려달라는 내 요청에 모든 의료진이 들러붙어 기도삽관하고, cpr을 하고, 엄청나게 많은 약물을 주사했다. 그럼에도 토토는 숨이 멎은 채 이 병원을 나와야 했었지. 서러움과 원통함이 몰려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울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진짜 나 미친 거 아니냐고.  괜찮다고 건방 떨더니 미친 듯이 또 운다고.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니, 너는 미친 게 아니라 그냥 그리운 거야.


울컥.


1000% T 같은 이 남자는 가끔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큰 위로를 해준다.


아무튼

펫로스 무섭다.

개 키우지 마세요..


건강해라

김알리, 김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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