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바다가 보이긴 보이는데…

by 에이프릴

목포행 기차. 아이와 나란히 앉아, 주먹밥을 나눠먹으며 창밖을 봤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마음도 풀리는 줄 알았다.

그날까지는, 그랬다.

역에 도착하자,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픽업했다.
아이가 신났다.
“엄마, 진짜 바다 보여?”
“응, 이번엔 진짜 앞이 바다래. 숙소 사진 봤지?”

숙소까지는 20분 거리. 내비게이션은 ‘시원한 바닷길을 따라 직진’이라 했지만 한참 지나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가게도, 사람도, 펜션도 없었다.
컨테이너 몇 개와 수풀.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길.

“여기 맞아…?”
작게 중얼였다. 아이에게 들리지 않게.

도착한 숙소는… 사진 속 그곳이 아니었다.

비슷하긴 했지만, 기운이 달랐다.

문을 열자, 눅눅한 냄새가 확 밀려왔다. 수건은 축축했고, 침대 시트에는 먼지가 박혀 있었다.
소파엔 누군가 앉았다 일어난 자국 같은 자국.

창밖으론 바다가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바다조차 오늘은 너무 멀고,

차가웠다.

편의점은 있다고 했는데, 없었다. 걸어 나가 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기로 집주인을 불렀다.

“아~ 네. 아, 사진이랑 좀 다를 수 있어요.
지금 청소는 들어갔던 걸로 아는데… 뭐 불편하세요?”

말은 친절했지만, 목소리는 낮고 무미건조했다.

웃는 말투인데,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날 저녁 ,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무서워.”
나는 작게 대답했다.
“나도.”

결국 밤이되기전에 다른 숙소를 알아봤다.
짐을 정리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집주인이었다.

“리뷰는 잘 부탁드릴게요. 요즘 말 많은 손님들 많아서… 피곤해요.”

그는 문에 기대 선 채 웃고 있었다. 나는 문을 조금만 열고, 입꼬리만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들고 나왔을 때 아이에게 말했다.
“다음엔 엄마가 더 잘 알아보고 올게.”

그리고 서둘러 차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한마디 더 했다.

나, 그동안 여행 고수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보다.
실은… 그냥 운 좋았던 거였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이런 게, 세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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