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야 입이 삐뚤어지건 말건~

모기가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

by 코알라

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 어느 날, 아이들과 600년 나무(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로 600년을 살았다고 해서 아이들과 이름 붙인 나무)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비가 자꾸 와서 나들이를 제대로 가기가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날씨가 개이니 불현듯 생각이 난 모양이다. 큰아이들은 이맘때 600년 나무를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매미가 우화하고 남겨놓은 매미 허물을 줍기 위해서이다. 우람하고 웅장하게 600년 동안 서 있는 느티나무 고목은 매미가 허물을 벗어놓기에 매우 듬직해서인지 매년 여름마다 꽤 많은 허물을 찾을 수 있다. 나무줄기에, 나뭇가지에, 더러는 나뭇잎에 매달려있는 허물을 많이 찾을 때는 백 개쯤은 찾는 것 같다. 매미 허물은 딱히 어디에 쓸 데도 없는데 아이들은 서로 더 많이 줍겠다고 눈에 불을 켠다. 자연스레 큰 아이들 성화에 작은 아이들은 눈으로 구경하는 것 말고는 만져보기도 힘들다. 그럴 때는 몇 개 못 찾은 작은 아이들에게 교사가 몰래 몇 개씩 찾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가져온 매미 허물을 터전에 두고 놀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또 가방에 싸서 가져간다. 가방을 열면서 엄마들은 얼마나 깜짝 놀랄까 상상하면 잠시 웃음이 난다.


아이들 손가락에 봉선화 꽃이 피고

600년 나무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누가 심어놓았는지 길 옆 봉선화가 곱다. 동네분들에게 여쭈니 맘대로 따가도 된다고 하신다. 아이들과 배꼽인사로 감사인사를 전하고,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따서 가지고 왔다. 잠자기 전 아이들 손톱에 곱게 찧어서 올려줄 생각이다. 작은 아이들 손에 올릴 거라 매염제로 독한 백반을 넣기보다는 굵은소금이나 괭이밥을 같이 찧어서 물들여준다. 그러면 생각처럼 새빨간 색은 나오지는 않지만 물들이지 않은 손가락이랑 비교해 제법 예쁘게 노을빛으로 손톱이 변한다. 자고 일어난 아이들은 빨리 확인하고 싶어 금방 풀어 버리는데 그러면 꽃물이 덜 들어 색이 약하다. 하지만 진득한 아이들은 집에 가서 풀겠다고 손가락이 살짝 가려운 것도 참고 집에까지 간다. 그런 아이들은 다음 날 확실히 손톱이 조금 더 진해져서 온다. 아이들 손톱이 워낙 조그매서 찧어놓은 꽃물이 남아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손톱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묶어준다. 아이들이 봉선화 꽃물을 들이는데 열심인 이유는 손톱이 예쁘게 붉은 물이 들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첫눈이 오기 전까지 꽃물이 남아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에 꽃물을 올려 꽁꽁 싸매는 동안 무슨 소원을 빌 것인지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들이 참 귀엽다. 하지만 첫눈이 올 때까지 꽃물이 남아 있는 아이들은 거의 보질 못했다. 물론 아이들이 빌었던 소원도 그때까지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아 속상해할 일도 없다.


여름엔 물놀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왔건만 마당의 모기들은 여전히 극성스럽게 달려든다. 피부가 약한 아이들은 모기 한 방에 온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기도 한다. 마당에서의 놀이도 덥고, 나들이를 갔다 와도 덥고 아이들은 어느새 땀이 범벅이다. 옷에도 땀이 흥건하고, 아이들 머리카락이 얼굴에 찰싹 붙어 있다. 그냥 교실로 들어가 밥을 먹기엔 찝찝하니 시원하게 등목이나 하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벌써 신이 났다. 아무래도 등목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듯싶다. 팬티만 입고 모이게 한 후 물을 뿌려주었다. 시원한 물줄기가 몸에 닿으니 소리를 지르는 아이, 멀리 달아나는 아이 각양각색이다. 아직 점심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아예 물놀이판을 깔아주기로 했다. 고무대야, 세숫대야 할 것 없이 물을 담을 수 있는 곳에는 다 물을 받아주었다. 물을 다 채우기도 전에 아이들은 대야 속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느라 바쁘다. 팬티 하나만 입고 대야 속 물 만으로도 저리 신나게 놀 수 있으니 참으로 부럽다. 교사들도 따라 들어가 첨벙첨벙 놀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수영을 할 수 있다며 자꾸 이모를 부른다. 호기롭게 외치고 나서 물속에 코를 박고 물장구를 치지만 1초 만에 푸푸 거리며 눈도 못 뜨고 덤벙거리는 모습을 보며 다른 아이들은 배를 잡고 웃는다. 여자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컵에 물을 떠서 역할놀이를 한다. 커피도 따라주고 빙수도 만들어주느라 바쁘다. 좀 더 본격적으로 놀자며 아이들 옆에서 물비누를 물에 풀어 비눗물도 만들어 주었다. 시중에 판매하는 비눗방울처럼 크고 멋진 비눗방울을 만들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비누거품 놀이는 아이들에겐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여름은 이렇게 즐거운 물놀이를 할 수 있는데, 모기야 입이 비뚤어지건 말건 아이들은 그래서 이 여름이 빨리 가는 것이 싫다.


오전 내내 떠들썩하게 놀았던 아이들은 몹시 배가 고파 밥도 두 그릇씩 뚝딱이다. 낮잠 시간이 돼도 평소보다 더 잘 잔다. 이렇게 잘 먹고 잘 자니 이 여름이 지나면 아이들은 또 훌쩍 커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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