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여행반의 여정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이 된다. 처음부터 바로 여행을 시작하지 않고 여행을 왜 하려고 하는지 각각 아이들마다의 이유와 목적을 정하고, 아이들끼리 여행지를 선정한다. 우리 아이가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에는 두 곳이 물망에 올랐었는데 중앙아시아와 남미였다. 그 전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그중에서도 중앙아시아와 남미는 처음 시도되는 곳이었던 것 같다. 두 도시가 선택되었다고 그곳을 모두 여행하는 것은 아니다. 두 곳 중 한 곳을 선정하고, 또 그곳에 있는 몇몇 나라를 선별한다. 여행지 선정을 위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중앙아시아팀과 남미팀으로 나뉘어 각 나라에 대한 PT자료를 만들어 부모들과 선생님들 앞에서발표를 하고, 그중에서 최종 투표를 하고 목적지를 정한다. 아이들은 각 나라를 선정해서 그곳이 여행지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증명해내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준비했다. 발표를 맡은 아이들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여행지 투표에서 지지를 많이 받은 곳은 남미였다. 남미는 아이들을 보내기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아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가능하면 덜 위험한 곳으로 해서 가기로 했고 남미 중에서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가 최종 선택되었다.
여행지가 선택이 되었으면 이제 각 여행지가 어떤 곳인지 구체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남미는 주로 스페인어를 쓰기 때문에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음식, 정치 등을 미리 찾아보고 여행할 곳을 탐색했다. 그다음엔 그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가야 하는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 또한 각 나라의 화폐 가치도 검색해서 알아보아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은 선생님의 지도가 있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직접 찾아보고 공부했다. 게다가 여행에 드는 비용을 한화 550만 원으로(개인별) 정해두었기 때문에 전체 일정에서 비용을 적절히 분배해서 쓰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 몇 회째 지구여행을 준비했던 선생님이라 준비 과정은 매우 능숙하셔서 부모들은 이런 준비과정을 매우 편안하게 관망만 하면 되었다. 선생님은 여행 전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아마도 여행 자체는 개고생일 거라며 여행 전 들떠 있던 모두의 마음에 걱정거리들을 한 아름 던져놓으셨는데 부모들은 그런 개고생이더라도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아이들보다 더 기대되었다.
여행경비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550만 원으로 항상 정해져 있었다. 선생님이 여행을 다니시며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경험하셨던 듯싶다. 80일 조금 넘는 여행에 그 정도의 경비라면 매우 저렴한 게 아니냐며 부모들은 매우 감사히 여겼다. 아이들 해외여행 한 번 보내자고 빚을 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마저도 여행 경비는 부모가 550만 원을 전부 다 지불하지 않고, 30%는 아이가 직접 벌게 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서 부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5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150만 원을 벌어야 하는 일이라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나이가 18살로 미성년자여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던 아이는 내가 알음알음으로 알아봐 주는 단기 알바로 돈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김치찌개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다른 아이가 자리를 양보해줘서 식당 서빙 알바로 성공적인 안착을 해 겨우 금액을 충당할 수 있었다. (알바를 구하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더 힘들었던 그 가게 이야기는 아껴두기로 해야겠다. 아직도 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여행경비는 부모 부담, 아이 부담 경비 외에 공동으로 쓰는 경비가 있다. 그 돈은 모든 팀원이 함께 벌어서 마련해야 했다. 공동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이 한 일은 주말마다 야시장에서 와플 아이스크림을 파는 일이었다. 다 같이 하는 일이라 일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부터 힘든 일이었다. 아무래도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던 터라 야시장 업무를 모두 다 같이 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하는 아이만 계속하게 되면 분명 불만이 터져 나오기 마련인지라 아이들끼리 무척 고심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툼도 분명 있었을 것이고, 참고 인내하는 과정도 있었을 것이다. 서로 개성 강한 아이들이 마음을 맞춰 무언가를 도모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우선 그것을 해낸 아이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발표날, 내 딸아이는 남미 여행에서 하고자 하는 목표가 살사댄스를 배우는 거라고 했다. 아마도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아이들이 대충 그거나 하라고 내밀었을 수도 있다. 아이들마다 남미 여행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들을 한 가지씩 정해 보기로 했던 것 같은데 어떤 아이는 핑크돌고래와 뽀뽀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해서 다 같이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으론 정말로 해내고 오기를 응원해보기도 했다. 각각의 여행지에서 아이들이 목표로 하는 여정을 그림으로 차분히 설명을 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이 여행이 끝나고 나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얼마만큼 성장해 있을지 충분히 그려질 정도였다. 에콰도르에서 시작해 페루, 볼리비아를 끝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나조차도 설렐 정도로 꽉 찬 일정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꼭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도 하고, 상비약을 비롯한 온갖 준비물들을 정해진 중량에 맞춰 가방에 넣고 나니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 실감이 났다. 82일간의 여정이 진짜 시작되는 것이었다.